‘핵무기 완전 포기’ 관철 의도인 듯
韓에 군사지원 요구도 배제 못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란에 “무조건 항복”할 것을 요구하며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제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란에 최후통첩한 것이나 다름없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도 18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모든 결정을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비밀리에 승인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의 참전이 가시화돼 이스라엘·이란 간 양자 대결서 다국적 충돌로 비화할 조짐이다.
하메네이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경고했지만, 미국이 아랑곳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이란과의 5차례 협상에서 성과가 없었던 ‘핵무기 완전 포기’를 관철하려는 의도다. 더 이상 미적대다 북한처럼 핵 개발 시간만 벌어줄 수는 없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수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공습에 여전히 모호한 태도를 유지해 변수가 없진 않다. 그렇더라도 이란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명확한 입장 선회가 없다면 핵시설을 파괴하는 군사적 옵션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지난 13일에 이어 어제 이스라엘이 이란의 주요 핵 시설인 아라크 중수로에 대한 공습을 감행한 것만 봐도 그렇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에 개입한다면 이는 미국의 전쟁으로 귀결된다.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자제하며 뒷전에 머물던 우크라이나 및 가자 전쟁과는 성격이 달라진다. 세계 안보와 경제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다. 핵 개발 위험을 협상이 아닌 무력으로 해결하는 선례를 남기게 돼 북핵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로선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없는 처지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국내 경제에 미칠 여파도 심대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처럼 미국으로부터 동맹의 몫으로 부분적 군사지원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 새 정부가 서둘러 내각의 진용을 갖추고 이런 혼란과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 와중에 북한은 최근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공병 1000명과 건설 인력 5000명을 보내기로 했다. 이미 쿠르스크에 전투병 1만5000명을 파병했던 북한이다. 인력 제공 대가로 러시아는 북한에 방공 무기와 전자전 무기·기술, 탄도미사일 유도 기술 등을 넘겨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북한의 재래식 무기는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어디를 겨냥할지는 분명하다. 북·러 밀착은 당면한 안보 현실이다. 이 또한 허투루 넘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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