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11월, 19살의 나이에 대한민국을 뒤흔든 화제의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정일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트콤에서 4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데뷔한 덕분에 그는 무명 없이 탄탄대로를 달리며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데뷔 직전인 2006년 8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뒤흔들렸다.
지난 8일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출연한 정일우는 교통사고로 인해 뇌동맥류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과 그로 인해 바뀐 삶에 대한 고백으로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정일우는 데뷔 전인 2006년 여름, 절친이었던 배우 이민호와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가 큰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 사고로 이민호는 혼수상태에 빠져 7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다리에 철심을 박는 대수술을 하게 됐고, 이 때문에 다리 길이가 달라졌을 뿐 아니라 수전증까지 생기는 후유증을 얻게 됐다.

하지만 당시 ‘거침없이 하이킥’의 방송을 불과 3달 앞둔 정일우는 드라마의 종영 후인 2007년 7월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후유증 치료와 재활 치료를 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사고의 후유증으로 27살의 나이에 ‘뇌동맥류’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진단을 받게 된다.
정일우는 이에 대해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터지면 뇌출혈로 죽는 병”이라고 전하며 충격에 빠진 나머지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당시 한 달이 넘는 기간을 칩거해 있었다고 알리면서 “시한폭탄 같은 병이라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많이 무섭고 떨렸다”라며 강박증에 시달렸음을 털어놨다.
정일우는 지난해 MBN ‘떴다! 캡틴 킴’에 출연해서도 “병원에서 언제 저세상으로 갈지 모른다고 하더라. 지금도 6개월마다 추적 관찰을 하고 있다”라며 “이미 엎질러진 물, 어쩌겠나. 벌써 10년째다. 그냥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라는 말로 현재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정일우는 식객 허영만을 향해 “병명을 알게 된 순간 정말 눈앞이 캄캄하더라”라며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한번 저질러보자”는 심정으로 산티아고 순례길로 향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무작정 감행한 이 여행으로 인해 그는 삶의 행복을 찾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일우는 지금껏 성지순례 길을 총 3번 다녀왔다면서 ‘결국 인생은 계속된다’는 의미를 깨달았다고 속내를 전했다. 그는 “성당에서 순례자를 위한 미사를 진행하는데 그걸 보는 내내 정말 펑펑 ‘대성통곡’을 했다. 왜 그렇게 울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다. 다만, 다 쏟아내고 나니까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면서 정리가 됐다”라고 알렸다.
그는 이어 “제 인생에서 그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비우려고 간 여행인데 오히려 많은 것을 채워서 왔다”면서 “인생을 좀 더 즐기게 됐고 매사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라며 삶에 대해 보다 긍정적으로 바뀐 마인드를 설파했다.
정일우는 1년에 일곱 개의 작품을 할 정도로 활발히 활동했던 과거도 돌아봤다. 이에 허영만이 “돈 많이 벌어놨겠다. 수입 관리는 어떻게 하냐”라고 물었다. 정일우는 “20대 때까지는 어머니가 해주셨는데 30대부터는 직접 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모은 돈이 하나도 없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어머니와 돈독한 사이로 알려진 정일우는 그 이유로 어머니가 자신을 낳고 얼마 안 돼 중국으로 3년간의 유학을 다녀온 때문이라고 전했다. 유년 시절을 함께해 주지 못한 미안함에 어머니는 평소 정일우와 시간을 자주 보낸다고 한다. 정일우는 지난 4월 1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어머니와 같이 투애니원 콘서트에 다녀온 사진을 공개하며 모자간의 오붓한 데이트를 알리는가 하면, 마을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모친과의 깜짝 일상 사진을 공유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정일우는 지난 12일 대한적십자사의 120주년과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헌혈 릴레이 캠페인’에 참여하며 선한 영향력을 펼치기도 했다. 대한적십자사의 홍보대사이기도 한 정일우는 그동안 취약계층을 위한 제빵 봉사와 해외봉사에 직접 참여하거나 희귀병 환아를 위해 기부하는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을 몸소 실천해왔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달은 만큼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마음을 내어줄 줄 아는 그의 행보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일본 도쿄에서 단독 팬미팅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복귀를 알린 정일우. 2년간의 공백 끝에 다시 도약을 시작한 그는 KBS2 주말 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의 후속작인 ‘화려한 날들’을 통해 오는 8월부터 시청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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