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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소아과 진료비 ‘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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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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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첫돌을 맞은 아들은 다수 아이가 그렇듯 돌 전후로 자주 감기에 걸렸다. 석 달 전에는 아이가 심해진 감기로 중이염까지 앓는 상황이었다. 급히 아이를 차에 태우고 아내와 같이 소아과 병원으로 향했다.

큰 병은 아니라는 말에 한숨 돌리고 진료비를 결제했다. 진료비 700원. 뭔가 잘못된 것 같은 액수에 간호사에게 실수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간호사는 제대로 결제했다고 확인해줬다.

 

김범수 국제부 기자
김범수 국제부 기자

처방전을 받으면서 나는 어딘가 민망해졌다. 분명 아이가 받은 의료서비스는 700원 이상이었다. 의사는 친절했고, 무엇보다 아이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하지만 소아과는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 낮은 진료비는 결국 낮게 책정된 의료수가 때문이다. 껌 한 통 값의 진료비는 결국 누군가의 희생으로 메워지는 구조다. 그 희생이 의료인의 사명감이거나, 누군가의 세금이거나. 확실한 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따라가진 않는다.

동네 소아과를 다녀보면 눈썰미가 예리하지 않더라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동네 소아과 의사들은 노인이다. 진료실 한쪽에 걸려 있는 의사 면허증 번호를 보면 대략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60세는 족히 넘었고, 70세 넘은 의사도 볼 수 있다.

병원 인테리어도 30여년 전에 머물러 있다. 낡은 포스터가 붙어 있고, 오래된 의료기기가 놓여 있는 병원을 보면 내가 아이였던 그때로 시간여행을 한 듯하다. 집 근처 오래된 소아과는 올해 상반기에 병원 문을 닫는다고 한다. 소아과 의사는 아쉬워하는 내 표정을 뒤로한 채 낡은 청진기를 책상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물려주고 싶어도 젊은 소아과 의사가 없어요.”

과연 젊은 소아과 전문의는 어디에 있을까. 아이가 장염으로 잠깐 입원했던 한 대학병원 소아과에서 그나마 젊은 소아과 전문의를 만날 수 있었다.

40세 전후로 보이는 소아과 전문의는 9년 전에 나와 인연이 있었던 사람이었다. 좋은 인연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2017년 서울 이화여대목동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해 신생아 4명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 그때 나는 그 사고를 취재하던 기자였고, 그 전문의는 당시 사고가 발생한 소아병동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9년 만에 만난 의사는 말했다. “그 일 이후 소아과는 사실상 멸종했어요.”

분명 그 사고는 다시는 벌어지면 안 될 비극적인 일이었다. 갓 태어난 아이를 제대로 안아보기도 전에 떠나보낸 부모의 슬픔은 감히 헤아릴 수도 없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이 비극적인 사고가 소아과 종말의 트리거였다는 것을. 이 사고를 계기로 소아과 전문의 꿈을 꾸던 젊은 의료인들이 발을 돌렸고, 낮은 의료수가와 저출산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9년 가까이 지난 지금 소아과의 멸종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할 것도 없다. 아이를 잃은 부모는 물론이거니와, 사고를 낸 의료인도 의도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사회는 소아과가 멸종되는 것을 9년 가까이 방치했고, 묵인했으며, 외면했다.

그리고 소아과의 종말 위기는 지금도 한국의 저출산 위기와 함께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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