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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세계속으로] 아들에서 딸로 ‘조용한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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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09 23:08:25 수정 : 2025-06-09 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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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물론 美·유럽서도 딸 선호 늘어
‘성비 불균형’ 2030세대 정치성향 차이 커

이번 6·3 대선에서 놀라운 결과 가운데 하나는 20대와 30대 세대가 보인 커다란 남녀 정치 성향의 차이다. 여성은 진보 진영에 대다수 지지를 보냈고, 남성은 반대로 보수 지지가 다수다. 성별에 따른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다른 세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거나 약한 현상이다. 청년 세대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선호의 대립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학계에서 논의가 분분하다.

지난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지구촌에서 진행되는 조용한 혁명을 특집으로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인류는 아들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왔으나 21세기 들어 점차 아들 선호는 줄어들고 오히려 딸 선호의 경향이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아들 선호의 약화와 딸 선호의 강화는 지역적으로 약간 차이를 드러낸다.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아들을 선호하던 사회적 경향이 약해지는 추세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아들 선호는 매우 강해 신생아 성비에서 남아 수치가 여아 대비(100) 117까지 올라갔었다. 원래 자연적이고 정상적인 남녀 성비는 105:100 정도인데 성감별과 낙태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인위적으로 개입한 결과다. 중국에서 2024년 이 수치는 109까지 떨어져 자연 성비에 상당히 가까워졌다.

한국의 아들 선호 현상은 중국보다 훨씬 앞서서 나타났다. 1980년대 초음파를 통한 감별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진 직후 1990년 한국은 이미 신생아 가운데 남성 성비가 116까지 올랐다. 중국보다 10~20년 앞서 남아 선호의 욕망을 기술적 도움으로 실천한 셈이다. 현재 한국은 남녀 성비가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수치로 돌아왔다. 사회적 남아 선호는 사라졌거나 대폭 완화한 모습이다.

선진국 일부에서는 아들보다 오히려 딸을 선호하는 현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신생아의 전체적 성비를 바꿀 만큼 강한 현상은 아니나 한국이나 일본의 여론조사에서 한 명의 아이만 가진다면 딸을 원한다는 답이 늘어나는 추세다.

무엇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입양과 체외수정(IVF) 등 아이의 성별 선택이 수월한 경우 딸을 선호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딸이 좋은 이유는 다양하다. 통계에 따르면 분주하고 드센 아들보다 얌전하고 침착한 딸이 키우기 쉽고 학교에서도 공부를 더 잘하기 때문이다. 딸은 사고를 칠 가능성이 작고, 범죄나 사회부적응의 히키코모리 현상도 아들이 다수다. 성인이 된 다음에 늙은 부모를 돌보는 일도 딸이 더 적합하다고 예비 부모들은 본다.

과거 초음파가 아들 선호의 기술이었다면 이제 피 몇 방울로 더 일찍 저렴하게 태아의 성별을 알아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딸 선호 현상이 광범위하게 실현되어 성비를 바꿀 수도 있는 환경이다. 가까운 미래에 아들이 아니라 딸이 다수인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다시 한국의 대선으로 돌아와 살펴보면 이번 2030세대는 1985년부터 2005년 사이에 태어났다. 달리 말해 남녀 성비가 가장 남성 쪽으로 기울어져 남성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세대다. 동시에 이 시기는 한국에서 정치적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사회적으로 가부장제가 약해지고 평등이 발전했다. 태아부터 성인까지 사회 변화를 온몸으로 겪은 만큼 다른 세대에 비해 정치 성향도 특별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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