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또 만기 도래… 대출 이자에 허덕
李, 대선 후보시절 적극 채무조정 약속
3개월 이상 연체 사업자 1년 새 35%↑
5대銀서만 1분기 ‘깡통 대출’ 5조 넘어
자영업자 상황 악화 국가경제도 위협
금융위, 배드뱅크 통한 지원 방안 착수

“단순 채무조정을 넘어 실질적인 채무 탕감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출과 이자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적극적 채무조정을 약속하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 대통령의 이러한 구상에 맞게 다양한 ‘빚탕감’ 방식과 해결책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배드뱅크’ 설립을 통해 코로나 대출 탕감·조정 방안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중 코로나19 사태 피해를 감안해 오는 9월 말까지 만기가 연장된 금액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약 47조4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에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처를 적용해 왔다. 만기는 6개월 단위로 4차례 연장됐고 2022년 9월에는 최장 3년 유예됐다.

현재 금융당국은 코로나19 대출 채무탕감이나 채무조정, 소각 대상과 관련해 만기연장·상환유예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각도에서 자영업자들의 채무 탕감을 검토하고 있다. 새 정부가 대출 채무 탕감을 비롯해 각종 지원책에 나서야 할 만큼 현재 자영업자 등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기관에 진 빚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개인사업자는 15만5060명으로 1년 전보다 35% 급증했고, 특히 60대 이상 채무불이행자 수는 2만795명에서 3만1689명으로 52.4%나 증가했다.
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무수익여신 잔액은 총 5조375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말(3조7586억원) 대비 1조6172억원(43%) 불어났다. 무수익여신은 3개월(90일) 이상 연체된 대출과 법정관리, 부도 등으로 이자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대출을 합한 수치로 이른바 ‘깡통 대출’로 불린다.

자영업자를 비롯해 가계대출 등 빚이 급증한 계기는 코로나19다. 당시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에서는 전면봉쇄를 하면서 재정을 동원해 자영업자를 직접 지원했지만, 우리나라는 대출 연장이나 신규 대출 등 대출을 통한 지원을 했다. 결국 지금까지 갚지 못한 개인사업자의 대출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경제 분야 TV 토론회에서 자영업자 빚 문제와 관련해 “다른 나라는 국가 부채를 감수하면서 코로나19 피해를 책임졌던 반면, 한국은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대응해 결국 국민 빚만 늘렸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에서 소득 정도에 따라 적극적 채무조정과 채권소각을 지원하되, 일정한 요건을 갖춘 소상공인·자영업자도 채권소각 대상에 포함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금융위는 이 대통령의 주요 공약으로 언급된 코로나19 대출 탕감·조정 방안을 구체화하는 한편 취약계층의 채무 소각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배드뱅크는 자영업자의 부실 자산을 인수·정리하는 전문 기관으로, 운용 손실은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는 구조가 통상적이다. 배드뱅크는 일반 장기 소액 연체채권 소각을 목적으로 하되, 일정한 요건을 갖춘 소상공인·자영업자도 채권 소각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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