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시민 발길 쇄도
“포항에서 급히 와” “겨우 예약”
주말 관람권도 모두 품절돼
일부 탐방로 보수… 출입 제한
본관·영빈관 등은 구경 가능
“이제 곧 대통령이 다시 들어온다고 해서 급히 보러 왔어요.”
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전날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이 집무실을 다시 청와대로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그전에 청와대를 관람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 것이다. 정부가 집무실 이전을 공식화한 것은 아니지만, 전날부터 청와대 탐방로 운영이 일부 중단되는 등 일대에는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날 청와대 관람을 위해 포항에서 열차를 타고 왔다는 김모(62)씨는 “오전 9시부터 청와대에 ‘오픈런’을 하게 됐다”며 “그동안 청와대 관람을 계속 미뤘는데, 혹시 더는 못 볼까봐 급하게 왔다. 딸이 어제 예약했는데, 첫 시간대만 남아 있어서 새벽부터 열차를 타고 올라왔다”고 말했다. 청와대재단에 따르면 이날부터 8일까지는 하루 2만2000명의 관람 정원이 모두 마감됐다.
청와대 한편에서 지인과 대화하던 이재희(88)씨는 “예전에 TV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들을 데리고 공 놀이 하던 곳이 어디인가 얘기하고 있었다”면서 “이젠 나이가 있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와봤다”고 했다. 이씨는 “청와대 시설이 이렇게 좋아서 대통령 하려고 하나 싶다”며 “여기 와 있으니 나도 대통령 된 기분”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부산에서 올라온 석예림(12)양은 “생일을 맞아 체험학습을 내고 역사적인 곳에 왔다”며 “집무실을 옮기면 다시는 못 들어올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재미교포 아내와 결혼한 미국인 제이씨는 “시기가 잘 맞아 아름다운 곳에 와볼 수 있어 큰 행운”이라며 “K드라마에 나온 곳을 직접 보니 눈이 커졌다”고 기뻐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로 재이전할 것이란 관측에 시민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3개월 딸과 청와대를 찾은 이민욱(42)씨는 “용산으로 이전이 급하게 이뤄지지 않았나”라며 “대통령실에 업무차 들어갔었는데, 청와대가 용산에 비해 연회장이나 내빈을 위한 공간 등 대통령 업무를 보기 위한 공간으로서 적절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세종에서 올라온 김기연(39)씨는 “지난번 왔을 때 아들이 좋아했는데, 이제 못 올 것 같아 다시 왔다”면서 “여기 지어진 목적이 대통령 업무 보는 거니까 당연히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집무실의 잦은 이전과 안보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70대 여성 송모씨는 “국민한테 개방한 청와대에 왜 다시 들어오냐”며 “공사도 해야 할 거고 돈이 많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복(55)씨는 “재이전은 찬성”이라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기 때문에 보안 문제에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재이전으로 청와대 관람이 제한될 경우 시민들을 위한 여가 공간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청와대에 세 번이나 왔다는 우종환(60)씨는 “넓은 곳에서 좋은 경치 즐길 수 있어 행복했다”며 “집무실을 재이전한다고 하니 이곳을 대신할 공간이 생겨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재단은 전날부터 탐방로 보수 작업을 시작하고 관람객 출입을 제한했다. 재단에 따르면 공사 구간은 경내 탐방로 전 구간으로, 본관과 영빈관 등 나머지 시설은 관람이 가능하다. 청와대재단은 재이전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탐방로 보수공사는 구청에서 진행하는 전망대 설치 공사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재이전이 이뤄질 경우 청와대재단의 향방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청와대재단은 청와대 개방 운영을 위해 2024년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법인이다. 한 재단 관계자는 “현재 직원이 50여명이고 용역 직원까지 합치면 300명 가까이 된다”며 “아직 구체적 협의가 이뤄진 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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