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 “청소년, 부정적 갈등 경험 늘어나”
청소년들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가 조사 이래 처음으로 뒷걸음질쳤다. 청소년이 다문화가정을 접한 비율이 늘어났는데, 갈등 경험도 동시에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여성가족부는 5일 ‘2024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를 발표했다. 2012년 이후 3년 마다 이뤄지는 국가 승인 통계로 이번 조사에서는 청소년(중·고교 학생) 5000명과 19~74세 성인6000명, 총 1만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의 다문화 수용성은 69.77점으로 직전 조사였던 2021년(71.39점) 대비 1.62점 낮아졌다. 2015년 67.63점, 2018년 71.22점, 2021년 71.39점으로 줄곧 상승세였으나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반면 성인은 2021년(52.27점)보다 1.11점 높아진 53.38점으로 상승했다. 2015년(53.95점) 이후 줄곧 하락하다가 9년 만의 반등한 것이다.
청소년의 수용성 하락에 관해 이재웅 여가부 다문화가족과장은 “코로나19 기간이 끝난 후 청소년들의 또래 관계가 확대됐지만 그에 따른 갈등도 늘어났고, 경쟁적 교육 환경 속에서 다문화 역차별 논란이나 인터넷·대중매체를 통한 부정적 콘텐츠를 접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진도 ‘다문화 학생과 갈등 증가’를 이유로 꼽았다. 지난해 기준 청소년의 갈등 경험은 16.3%를 기록했는데 이는 직전(4.5%) 대비 11.8%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소년 중에서도 특히 중학생의 갈등 경험이 훨씬 늘어났다”며 “관계를 맺는 빈도가 많아지긴 했으나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는데 갈등 경험이 많아진 것은 좀 우려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주 배경 집단과의 관계는 대폭 확대됐다. 주변에 다문화가정 자녀나 이주민이 있는 경우는 91.9%로 직전 조사 대비 28.6%포인트 증가했다.
이주민 증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청소년과 성인 모두 긍정적 영향을 더 크게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인력난 일자리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은 청소년과 성인 각각 83.5%, 78.3%로 1위를 차지했다. 후순위로는 성인이 ‘인구감소 완화에 도움이 된다’(67.3%), 청소년이 ‘문화생활의 다양성이 생긴다’(75.5%)를 꼽았다. 부정적 영향으로는 ‘복지체계에 부담이 된다’는 답변이 청소년 52.2%, 성인 73.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제 난민 수용 확대에 동의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성인은 전체 응답의 37.0%로 3.3%포인트 늘었고, 청소년은 8.5%로 3.9%포인트 증가했다.
다만 이주민 수용에 대한 태도는 관계 유형에 따라 달랐다. 이주민이 ‘나의 가족’일 경우 불편하다는 응답은 54.7%로 절반을 넘었다. 이 외에 △어린 자녀 돌봄(47.6%) △나의 직장 상사(45.7%) △이웃(15.3%) △직장동료(17.6%)순이었다. 여가부는 “(직장동료보다) 직장상사로 자신보다 높은 지위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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