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연료 공급 등 '웨스팅하우스 몫' 떼줘야…EDF '발목잡기'도 남은 불씨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팀 코리아'가 약 26조원에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을 따내 세계 원전 산업의 중심인 유럽 시장 진출 교두보를 처음으로 확보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2009년 중동에 처음 원전을 수출한 데 이어 선진 시장인 유럽에 두 번째 원전 수출까지 이뤄내 K-원전의 수출 지형이 크게 넓어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는 한국이 해외 원전 사업에서 안정적 수익을 내는 단계로까지 접어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바라카 2배 단가' 26조에 체코원전 계약 체결
5일 한수원에 따르면 전날 체결된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프로젝트의 총사업비는 4천70억 코루나, 한화로는 약 26조원으로 확정됐다.
한수원은 설비용량 1GW(기가와트) 원전 2기 건설을 총괄하는 설계·구매·시공(EPC) 업무에 더해 원전 가동 이후 총 6주기(약 10년)에 걸쳐 원전 연료를 공급하는 업무까지 수행하게 된다.
체코 원전 수주로 한국이 세계 원전 산업의 중심에 한 발 더 다가섰지만, '팀 코리아'는 이 사업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 확보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경우 수주 때 10%의 이익률이 기대됐으나 최근 누적 수익률이 사실상 마이너스로 떨어진 상태여서 해외 원전 사업 수익성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의 기당 단가는 바라카 원전의 배가 넘어 안정적인 수익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수원의 모회사인 한국전력이 사업 관리자가 돼 수주한 바라카 원전의 경우 총 4기 원전을 약 20조원에 수주했다. 기당 5조원 수준이다.
물가 상승 요인을 고려해도 이번 체코 신규 원전은 기당 단가가 약 13조원으로 UAE 원전의 배 이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간단히 봐도 UAE 바라카 원전이나 국내에서 짓는 원전에 비해 체코 원전의 기당 단가가 배 이상 수준"이라며 "공기업뿐만 아니라 상장된 민간 기업들도 함께 참여해 계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수주 가격 외에는 '웨스팅하우스 몫' 변수도 체코 원전 사업의 실질적 수익성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손꼽힌다.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1월 전격적으로 지식재산권 분쟁을 풀고 제삼국 시장 진출에 협력하기로 했다.
비밀 유지 약속으로 타결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출과 관련해 웨스팅하우스에 기술 수천억원대 로열티와 조단위 일감을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에서 원전 가동 이후 약 10년에 걸친 연료 공급권은 웨스팅하우스가 가져가는 등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에 일부 역무를 떼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 '온타임 위드인 버짓' 전략…공기관리 능력이 수익성 좌우
장기적으로는 공기 관리 능력이 체코 원전 사업의 수익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우수한 가격 경쟁력과 계획된 일정대로 원전을 완공하겠다는 '온 타임 위딘 버짓'(on time within budget) 구호를 앞세워 세계 원전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원전 건설 사업은 프로젝트 관리의 어려움 탓에 공기가 늘어지고 비용이 급증하는 일이 잦다.
한전의 바라카 원전 누적 이익률 역시 공기 지연 등의 여파로 2024년 말 기준 0.3%대로 내려갔다. 협력사로 참여한 한수원이 제기한 1조원대 추가 공사비 요인까지 고려하면 사업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비교적 최근 한수원이 직접 수주한 일부 해외 사업에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의 여파로 비용이 커져 손실을 볼 가능성이 거론되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한수원은 올해 1분기 재무제표에 2천585억원의 '공사 손실 충당 부채'를 반영했다.
2022년 수주한 이집트 엘바타 원전 터빈 건물 공사와 2023년 수주한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삼중수소제거설비(TRF) 건설 사업과 관련해 기자재비 상승 등 요소를 반영해 일부 손실이 예상되자 충당 부채를 미리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프랑스전력공사(EDF)의 '발목잡기'식 소송과 행정 제소들이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체코 원전 계약 체결에도 불씨는 남아 있다는 평가다.
체코 최고행정법원의 '지방행정법원 계약금지 가처분' 취소 결정으로 체코 원전 계약이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지만 EDF가 제기한 지방행정법원의 1심 본안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울러 한수원 EDF의 '보조금' 문제 제기에 따라 유럽연합(EU)은 한수원과 체코의 원전 계약을 대상으로 역외보조금규정(FSR)을 근거로 한 정식 조사에 들어갈지 여부를 놓고 검토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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