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 구태정치 퇴장명령”
주류 김기현도 “처절한 환골탈태”
친한계, 지도부·친윤계 퇴진 요구
당권 놓고 계파 주도권 다툼 예고
‘보수의 빙하기’가 왔다.
뼈아픈 대선 패배 성적표를 받아든 4일 국민의힘 내에서는 계파를 가리지 않고 전면 쇄신론이 분출했다. 다만 쇄신을 위한 ‘첫 단추 끼우기’에 대한 계파별 셈법은 다른 상황에서 혁신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김문수 대선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우리 스스로를 해체하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민주주의의 균형을 다시 세우는 건전한 견제 세력으로,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대중정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국민께서 ‘불법계엄’과 ‘불법계엄 세력을 옹호한 구태정치’에 대해 단호한 퇴장명령을 내리신 것이라 생각한다”며 “국민의 뜻을 겸허히, 최선을 다해 따르겠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기득권 정치인들만을 위한 지긋지긋한 구태정치를 완전히 허물고 국민이 먼저인 정치를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며 쇄신론에 앞장섰다.

친한(친한동훈)계와 대립하는 당 주류에 속하는 김기현 의원도 혁신론에 동참했다.
김 의원은 “무엇이든 다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처절한 환골탈태의 혁신을 해야 한다”며 “단절할 과거는 냉철하게 단절하고 청산할 것은 과감하게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패배의 책임에서 저를 비롯한 누구 하나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저부터 반성하겠다. 백의종군하면서, 저희 당이 다시 일어서서 합리적인 보수우파 정당으로서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하는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은 5일부터 의원총회를 열어 대선 패배 원인을 직시하고 당의 쇄신 방향을 논의하며 ‘재건 시나리오’ 마련에 골몰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의총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어서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끝장토론’을 해야 한다”며 “과거와는 단절하고, 당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결론을 시급히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총에서 친한계를 중심으로 당 주류를 향한 책임론이 분출할 것으로 보이면서 계파갈등 끝에 쇄신 작업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이날 SNS에서 “김용태 비대위는 즉시 해체하고, 대선판을 협잡으로 만들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며 “하루빨리 새 원내지도부를 꾸려 우리 당의 진로를 설계해야 한다. 윤석열정부의 몰락에 책임이 있는 분들도 정치적 선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저희 당 자체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고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며 “무엇이 당과 국민을 위한 판단인지 지혜를 모아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가 대선 기간부터 “친윤(친윤석열)구태청산”을 외쳐온 만큼 친한계 의원들이 당 쇄신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현 지도부 총사퇴와 구(舊)친윤계 2선 후퇴를 요구한다면 결국 계파갈등이 불거지면서 당 혁신 논의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어느 한쪽이 절대 선이 아니고, 어느 한쪽이 절대 악이 아닌데 누가 누구에게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건 쇄신은 뒷전이라는 것”이라며 “대선 패배 책임은 원래 현 지도부가 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상 예정된 사퇴를 공세 대상으로 삼는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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