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공’ 출신 대통령… 이재명, 3수 끝에 대한민국 선장으로 [6·3 대선]

이재명 당선인이 걸어온 길

화전민 집안 9남매 중 일곱째

가난·굶주림 시달린 소년공 출신
노무현 영향 받아 인권 변호사로

특유의 일처리로 정치 두각

성남의료원 무산 계기 정계 입문
무상복지·계곡 정비 등 행정 성과

위기 때마다 부활… 대권 거머쥐어

대장동 의혹 낙선 뒤 당대표 올라
사법 리스크·피습 딛고 대선 가도

(광명=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오후 경기 광명시 철산로데오 광장을 찾아 인사하고 있다. 2025.6.2/뉴스1

‘흙수저’, ‘아웃사이더’, ‘위기’.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에게 늘 따라다니는 말이다. 흙수저 출신인 이 당선인은 여의도 주류 중앙 정치인들과는 다른 국외자였다. 그런 그에게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는 쉽게 오지 않았다. 수많은 정치적 위기와 죽을 고비를 넘어 3번째로 대권에 도전한 끝에 이 당선인은 비주류에서 5200만 국민을 이끄는 대한민국의 선장이 됐다.

이 당선인은 1963년 경북 영양·봉화·안동이 만나는 접경지대인 청량산 자락에서 태어났다. 이 당선인은 5남4녀 중 일곱째로 태어났지만 누나 둘을 일찍 떠나보내 사실상 다섯 번째다. 화전민 출신인 이 당선인의 어린 시절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이 당선인의 어머니는 경기 성남의 시장통 공중화장실을 청소하고 휴지를 팔아 번 돈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시장에서 내다 버린 썩은 과일을 나눠 먹었다고 한다. 이 경험은 훗날 이 당선인이 경기도지사 시절 아이들에게 신선한 과일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경기도 어린이 건강과일’ 사업으로 이어지게 된다.

1978년 고입 검정고시 시험 응시원서 사진. 이재명캠프 제공

이 당선인의 아픈 시절인 ‘소년공’ 생활은 삼계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경기 성남으로 올라오자마자 시작된다. 이 당선인은 법적으로 공장생활을 할 수 없는 나이였다. 그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일을 하기 시작했다. 총 6곳의 공장을 다녔던 이 당선인은 세 번째 공장에서 손가락을 다쳤고, 다섯 번째 공장에서 프레스에 손목이 눌려 팔이 굽게 된다.

이 당선인은 2017년에 펴낸 저서 ‘이재명의 굽은 팔’에서 자신의 공장 생활에 대해 “어떻게든 어서 이 처지를 탈출하고 싶었던 것이다. 실은 그게 공부든, 무엇이든 상관없었다”며 공부는커녕 고된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고 회상했다. 1980년 힘겨웠던 생활에 이 당선인은 연탄을 피우고 수면제를 수십 알을 털어 넣었다. 하지만 이 당선인은 멀쩡했고, 향후 그는 약사들이 수면제가 아닌 소화제를 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982년 중앙대 입학식에 교복을 사 입고 참석해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이재명캠프 제공

이후 이 당선인은 1982년 중앙대학교 법학과에 생활비까지 지원받는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된다. 이 당선인의 대학 시절은 새로운 관계와 배움을 가져다줬다. 이 당선인은 대학을 다니며 5·18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됐고, 진로를 판검사에서 변호사로 바꾼다. 이 당선인은 5월의 광주를 ‘내 사회의식의 뿌리’라고 표현했다.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 당선인은 출세에 대한 욕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당시 특별 강연을 왔던 인권변호사 노무현의 강의를 듣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성남에서 인권변호사를 하게 된 그는 어머니에게 성적이 부족해 변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했지만, 훗날 이실직고하자 그의 어머니는 “알고 있었어”라고 답했다고 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 노동·인권 변론을 맡았던 이 당선인은 2004년 성남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주민 발의로 만든 ‘성남시립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당시 다수이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폐기하자 이 당선인은 성남주민교회 지하 기도실에서 직접 정치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1990년대 중후반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어느 토론회장에서 찍힌 모습. 이재명캠프 제공

정계 입문 후의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이 당선인은 민선 4기 성남시장 선거에서 낙선했고,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성남 분당갑에 출마했으나 떨어졌다. 2010년 세 번째 선거인 민선 5기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이 된 이 당선인은 지방정부 최초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그 후 3년 만에 부채 4572억원을 갚았고, 2013년에는 자신이 정치에 뛰어들었던 중요한 사유 중 하나인 성남시립의료원의 공사도 시작했다.

이 당선인은 “빈터에 어린이 놀이터라도 하나 만들고 영 안 되면 물통에 물이라도 넣어서 어린이들 퐁당퐁당하게 하고, 그러면 또 좋아하시고 그런 걸 보면 제가 너무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무상 공공산후조리 사업’, 청년배당을 포함한 ‘성남시 3대 무상복지사업’을 하는 등 행정가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7년 이 당선인은 경기 성남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첫 번째 대선 출마표를 던졌다. 당시 그는 “대한민국 최초의 노동자 출신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며 출마선언을 했지만 여전히 ‘아웃사이더’였던 그는 주류의 벽을 넘지 못한다.

2010년 6월 경기도 성남 시장으로 당선된 이 당선인이 화환을 목에 걸고 만세를 하고 있다

2018년 민선 7기 경기도지사가 된 이 당선인은 ‘경기도 계곡정비사업’ 등 많이 알려진 성과를 냈다. 친명(친이재명)계 최대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희의’가 출판한 책에 따르면 이 당선인은 불편을 호소하던 국민은 물론 계곡 상인들의 요구사항도 꼼꼼히 들었고, 불시에 계곡을 찾아가 운영 상태를 점검했다고 한다. 이처럼 특유의 일 처리 능력으로 인지도를 쌓았지만 여전히 ‘변방의 맹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22년 본격적으로 중앙무대에 올라온 이 당선인에게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행정가로서 뛰어난 성과를 거뒀지만, 정치의 세계는 달랐다. 이 당선인은 당시 당 주류였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대선 경선 과정에서 ‘대장동 의혹’ 등 이후 이 당선인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 의혹들이 불거졌다. 해당 의혹들은 본선까지 이어지게 되고, 민주당은 양 후보 간 화학적 결합을 못 했다는 내·외부 평 속에서 이 후보의 2번째 대선 도전은 막을 내리게 된다.

20대 대선 패배 후 이 당선인에 고난의 시간이 계속됐다. 이 당선인은 한 유튜브 방송에서 낙선 당시를 “거의 지옥이었다”며 “나를 위해, 세상을 위해 그냥 견뎌낸 것”이라고 소회를 털어놨다. 기존 정치 문법대로라면 일선에 나서지 않고 유학을 가거나 잠시 뒤로 물러서 있는 등 숨죽이고 미래를 도모해야 했다. 하지만 이 당선인은 다른 방식으로 패배의 책임을 졌다.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와 더불어 6·1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며 연패를 막기 위해 등판했다. 이 당선인을 견제하는 세력들은 물론 이 당선인 측근 중 상당수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반대했지만 이 당선인은 인천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당원과 지지자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이 당선인은 그해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직까지 손에 넣었다.

당 대표직에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이 당선인에게 위기는 끊이지 않았다. 2023년 이 당선인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며 또 한 번 ‘이제 이재명은 끝났다’는 말들이 나왔다. 이 당선인의 리더십은 물론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법원에서 이 당선인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기각됐다. 당 밖에서 이 당선인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강해졌고, 이는 당 안으로도 작용했다. 그렇지만 이 당선인을 향한 수사와 재판은 끊이지 않았다. 이 후보는 300건이 넘는 압수수색을 당했으며, 매주 재판을 받으러 법원에 나가야 했다.

2024년 1월 부산에서 60대 남성에게 목 부위를 피습당하고 바닥에 쓰러져 호송을 기다리는 모습

재판과 당무를 병행하던 도중 이 당선인은 지난해 1월 부산에서 피습을 당하며 정치적 생명이 아닌 목숨이 위험해지게 된다. 그러나 그의 짧은 목 덕분에 흉기가 와이셔츠 깃에 먼저 닿으면서 이 당선인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이 당선인은 복귀 연설에서 “법으로도 죽여 보고, 펜으로도 죽여 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며 “국민들께서 저를 살려주신 것처럼, 국민들께서 이 나라의 미래를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책임지고 제대로 이끌어 가 주실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22대 총선에서 이 당선인은 당원들의 투표권을 대폭 확대한 이른바 ‘공천혁명’으로 친명계를 대거 국회에 입성시킨다.

2025년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이재명캠프 제공

제21대 대통령선거일인 3일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의 자택이 위치한 인천 계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이 당선인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죽을 고비를 넘긴 이 당선인은 지난해 8·18 전당대회에서 또다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당선인은 당내 세력 하나 없는 ‘비주류’ 정치인에서 민주당을 명실상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냈다. 그 지지를 바탕으로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89.77%의 득표율로 당원과 지지자의 염원을 등에 업었다. 그런데도 ‘사법리스크’는 다시 이 당선인을 옥죄어왔고, 대법원은 이 당선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재판기일을 대선 이후로 미뤘다. 대선으로 향하는 마지막 허들을 넘은 셈이다.

20대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부터 내내 이 당선인을 괴롭혔던 사법리스크를 벗어버리며 그는 당내 경선을 넘지 못했던 2017년, 0.73%포인트 차로 패했던 2022년을 넘어 3번째 도전 만에 대권을 거머쥐게 됐다. 

최우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