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자립’ 실현 가능성 여전히 의문
2027년 관련법 시행 앞두고 논란 불가피
장애인 가족들 사이에서 거주시설 존폐를 둘러싼 의견은 대체로 이렇게 엇갈린다. 이는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서 이어진 탈시설 논쟁과 맥이 닿아 있다. 이들 입장이 갈리는 건 ‘모든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이 과연 실현 가능한 목표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다르기 때문이다.

25살 중증장애인 자녀를 둔 진모(64)씨는 2일 “시설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은 보호자가 1분1초도 눈을 떼면 안 되는 아이들”이라며 “시설이 좋아서 보내겠냐. 시설에는 24시간 기본적인 지원이 가능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자립 장애인을 위한 활동지원 사업이 있지만 이 또한 이용 시간이 제한되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설 또한 장애인과 그 부모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로 존중돼야 한다고 밝힌 진씨는 “장애인마다, 그 가족마다 실제 처한 사정과 생각이 모두 다르다”며 “시설의 문제는 탈시설이 아니라 적정한 지원을 통해 개선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14살 발달장애 자녀를 둔 백선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기획국장은 장애인이 더 나은 여건에서 자립하기 위해서라도 시설의 축소·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최중증 발달장애인 대상으로 일대일 24시간 돌봄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지역사회 자립에 비관적이기만 할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그는 “시설이 있는 한 장애인은 시설로 갈 수밖에 없다”며 “시설의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데 원인이 있다. 한정된 공간에 몰아넣고 관리하는 건 정상적인 삶의 형태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견 차가 여전한 가운데 2027년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기반 조성을 골자로 한 ‘장애인지역사회자립법’이 시행된다.
정부는 그간 시범사업 형태로 추진해오던 자립지원 사업을 법 시행에 맞춰 본 사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여기엔 거주시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자립 지원 상담·자립 욕구조사 등이 포함돼 있어 시설 이용자 부모 측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대표는 최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자립지원법이 시설에서의 삶을 선택지에서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 부모와 가족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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