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물질 줄어… 대형사고 발생 막아
객실CCTV 외부 실시간 확인 불가
기관사만 가능 ‘허점’… “개선 검토”
서울 한복판을 달리던 지하철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으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의 비극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수십명의 승객이 연기 흡입 등 경상을 입은 것 외엔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두 사건 모두 범행 수법이 유사했지만, 그사이 강화된 대피 시스템과 전동차 내부의 소재 변경 등이 대형 참사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는 평가다.

1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참사로 번지지 않은 것은 초기에 대응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이번 사건은 불이 난 직후 일부 승객과 기관사가 합심해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소화기로 자체 진화에 나섰다.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사실상 초기진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교수(방재공학)는 “불이 크게 번지기 전에 진압하는 등 초기 대응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해당 전동차의 기관사가 전동차를 멈춘 뒤 화재를 함께 진압한 행위가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함 교수는 “지하철처럼 구간 간의 거리가 짧거나 고속으로 운전할 수 있는 교통시설은 정거장에서 피난시키고 대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달라진 전동차 내부의 소재가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는 것에도 상당수 전문가가 의견을 같이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전동차 골격부터 바닥재, 객실 의자 등을 불에 쉽게 타지 않는 스테인리스 등으로 교체했다. 이영주 경일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전동차 내부 시트 등의 일부 불연화만으로 큰 기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탈 물질이 많은 것과 적은 것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도 참사 방지의 허점은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사건과 관련한 객실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은 역무실이나 관제센터 등 외부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시스템상 객실 내 CCTV는 기관사만 운전실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열차 내 CCTV 영상은 열차가 차량기지에 도착한 후에야 확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교통공사는 객실 내 CCTV 영상이 관제센터로 실시간 전송되지 않은 점에 대해 개선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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