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호주 에덴밸리 금광에 설립한 ‘바 에덴 에스테이트’/프랑스 ‘손맛’·호주 ‘떼루아’ 결합 600~700병 소량생산 명작 ‘러브 오버 골드’ 탄생/한국 찾안 엠 샤푸티에 출신 오너 피에르 앙리 모렐 인터뷰

비강으로 마구 파고드는 잘 익은 라즈베리와 체리의 과일향. 허브 정원 한 가운데 서 있는 듯한 타임과 로즈마리 허브와 감초의 향신료. 미세하고 정교한 탄닌의 구조감과 겹겹이 쌓인 복합미.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서 피어나는 가죽과 흙의 3차 숙성향 까지. 마치 잘 만든 프랑스 남부 론 대표 생산지 샤토 네프 뒤 파프(Chateauneuf du Pape)를 마시는 듯합니다. 그런데 생산량이 한해에 단 600~700병 이라니. 와인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는 듯합니다. 황금보다 와인을 사랑한 두 남자의 ‘브로맨스’가 장인 정신으로 빚는 와인, 러브 오버 골드(Love Over Gold)를 만나러 남호주 와인산지 에덴 밸리(Eden Valley)로 떠납니다.



◆황금보다 와인
‘Love is an emotion that can be felt for an eternity. Gold is just material’. 에덴밸리 금광지대에 있는 바-에덴 에스테이트(Barr-Eden Estate) 와이너리 홈페이지 첫 화면에 적힌 이 문구는 생산자가 얼마나 와인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그렇죠. 사랑은 영원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만 금은 그저 물질일 뿐. 요즘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공감하지 않는 이들도 있겠네요. 하지만 사랑을 먹고 사는 인류에게서 사랑을 뛰어넘을 수 있는 다른 단어가 또 있을까요.
금광개발로 누릴 수 있었던 막대한 부를 포기한 대신 바 에덴의 빼어난 와인이 소량 생산되는 곳은 아주 작은 와인 산지 맹글러스 힐(Mengler’s Hill). 호주 와인의 심장 바로사 밸리와 바로 동쪽에 에덴 밸 리가 붙어있는 두 와인산지의 경계선에 맹글러스 힐이 있습니다. 이곳은 남호주 개척시대에 금광 지대였습니다. 지금도 포도밭의 화강암에는 금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포도밭 역사는 18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민자의 나라인 호주의 초기 이민시대, 프로이센(현재의 독일) 출신의 폴너(Pohlner) 가문이 정착해 포도밭 4000에이커(약 1618ha)를 일굽니다. 폴너 가문이 140년 넘게 소유하던 포도밭을 1997년 호주 와인 산업의 아이콘이던 와인메이커인 밥 맥린()이 사들입니다. 밥은 호주 와인을 전세계 알린 호주 와인산업의 전설적인 인물로 탁월한 마케터, 전략가, 브랜드 창출자였습니다. 오를란도 와인스(Orlando Wines), 페탈루마(Petaluma), 세인트 홀렛 와인즈(St. Hallett Wines)의 올드 블록 쉬라즈(Old Block Shiraz) 등이 그의 작품입니다. 호주정부기관인 와인 오스트레일리아(Wine Australia) 이사, 바로사와인투어리즘협회 회장 등을 맡아 와인 산업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밥과 절친이던 바로사의 유명한 포도 재배자 조엘 매트쇼스(Joel Mattschoss)는 2014년 밥의 포도를 막 남호주에 도착한 프랑스 론 출신 피에르 앙리 모렐(Pierre Henri Morel)에게 소개합니다. 포도의 뛰어난 품질에 반한 두 사람이 프랑스의 양조 기술과 호주의 떼루아를 결합해 시범적으로 아주 소량의 와인을 만들었고 ‘러브 오버 골드(Love Over Gold)’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그러나 몇 달 뒤인 2015년 밥은 세상을 떠납니다. 포도밭을 금광 등으로 개발하지 않고 반드시 지켜달라는 그의 유언에 따라 조엘과 피에르, 여기에 두 사람의 친구인 마이클 트웰프트리(Michael Twelftree)가 가세해 포도밭의 수호자가 되기로 약속합니다. 마이클은 1999년에 리차드 민츠(Richard Mintz)와 호주 바로사 밸리의 유명 와이너리 투 핸즈 와인즈(Two Hands Wines)를 설립한 인물입니다. 의기투합한 세 사람은 바 에덴 에스테이트(Barr Eden Estate) 설립했고 2018년 4년여 양조와 숙성을 거친 러브 오버 골드가 공식적으로 세상에 선보입니다. 현재 와이너리는 지분을 모두 인수한 피에르 앙리와 마이클이 공동 소유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프랑스 남부 론 샤토 뇌프 뒤 파프를 느끼다
피에르 앙리는 2000년 프랑스 론(Rhone)의 유명 와이너리인 엠 샤푸티에(M. Chapoutier)에 입사해 커머셜 디렉터(Commercial Director)로 활약한 마케팅 전문가입니다. 그는 2008년 엠 샤푸티에 오너 미셸 샤푸티에(Michel Chapoutier)와 남부 론 프리미엄 와인의 대명사 샤토뇌프 뒤 파프(Chateauneuf du Pape) 지역의 50년 이상 된 포도밭 20에이커를 공동으로 인수해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인 ‘피에르 앙리 모레’를 선보입니다. 투 핸즈 와인즈를 한국에 선보인 인물도 피에를 앙리랍니다. 한국을 찾은 피에르 앙리를 만났습니다. 바 에덴 스테이트 와인은 금양인터내셔날에서 수입합니다.


대표 와인 러브 오브 골드 그르나슈 2021은 1929년 멩글러스 힐에 식재돼 수령 80년이 넘은 올드 바인 그르나슈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 깊이감이 남다릅니다. 잘 익은 레드체리로 시작해 자두 껍질, 신선한 허브, 육두구, 달콤한 감초, 후추의 향신료가 더해지며 요오드의 짭조름한 미네랄이 어우러집니다. 잘 짜인 구조감과 복합미가 돋보이며 산도가 뒤에서 중심을 잘 잡아줘 밸런스도 좋습니다. “러브 오버 골드는 돈을 벌기 위해 만드는 와인이 아니랍니다. 호주의 로마네콩티가 되겠다는 결심으로 만든 와인이에요. 바 에덴 와인은 모두 합쳐야 1000케이스(1만2000병)도 안되요. 특히 세 가지 러브 오버 골드 와인은 딱 한 개 배럴씩만 만드니 각 600~700병에 불과하답니다. 아주 작은 블록의 포도밭은 포도 줄이 4줄 밖에 안 돼요. 더구나 줄기는 다 제거하고 조금이라도 터진 포도알이 쓰지 않고 완벽한 포도로만 만들어요. 남들이 미쳤다고 해요. 한 배럴만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세균에 감염되면 다 망쳐버릴수 있기 때문이죠.”

그르나슈는 늦게 익는 품종이라 따뜻한 기후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든 밸리는 화이트 품종 리슬링이 유명할 정도로 서늘한 지역입니다. 특히 맹글러스 힐은 해발고도가 465~545m로 이 지역에서 가장 높습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그르나슈 올드바인 지금도 잘 자랄까요. “그르나슈 올드바인은 애들레이드 남쪽 맥라렌 베일에서 주로 재배해요. 이든 밸리에는 올드바인이 거의 없고 바 에덴이 주로 소유하고 있어요. 맹글러스 힐은 서늘한 곳이지만 포도 생장기에는 일조량이 맥라렌 배일보다 더 좋기 때문에 그르나슈가 잘 자랍니다. 맹글러스 힐은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포도나무는 덤블처럼 낮게 부시 바인(Bush Vine) 형태로 재배한답니다.”
드라이한 지역이만 물을 공급하는 관개를 하지 않고 적은 양의 비에만 의존해서 포도를 재배하기에 집중도가 뛰어납니다. “그르나슈지만 부르고뉴 빌라주 그랑크뤼 피노누아처럼 우아하고 갓 자른 꽃다발 느낌도 들어요. 과일 자체의 순수함을 살리기 위해 발효할 때 포도껍질을 위 아래로 섞어주는 펌핑 오버를 하지 않고 만든답니다. 또 포도 무게로 자연스런게 흘러 나오는 프리런 주스로 와인을 만들어요. 압착한 주스는 바디감을 더하기 위해 아주 소량만 사용합니다.”

러브 오버 골드 오마주(Hommage) 2022은 그르나슈 42%, 무르베드르 42%, 쉬라즈 16%로 프랑스 남부 론 유명산지 샤토 뇌프 뒤 파프 스타일을 떠올리게 만드는 복합미가 뛰어납니다. 말린 장미, 블랙티, 담배잎, 오렌지 껍질, 베이킹 스파이스의 은은한 뉘앙스와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이 어우러지고 실크처럼 부드러운 탄닌이 돋보입니다. 피에르 앙리는 처음에는 무르베르드를 메인으로 많이 넣고 그르나슈와 시라는 약간 넣으려고 했는데 블렌딩해보니 그르나슈와 무르베드르를 같은 비율로 만드는 것이 완벽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르나슈는 신선미, 무르베드르 코어로 중심을 잡아주고 시라는 중심에 붙은 근육 역할을 합니다. 따뜻한 스페인이나 남프랑스에 자라는 그르나슈는 탄닌이 좀 많고 잘 익은 과일 뉘앙스가 강해 진하고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허브향도 많이 나죠. 남호주의 그르나슈는 꽃향이 많이 나고 섬세하고 우아합니다.”

오마주는 타계한 밥 맥린(Bob Mclean)을 기리는 와인으로 700병 정도만 만드는데 이유가 있답니다. “더 많이 만들면 시라와 그르나슈 단일 품종 와인 생산량이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오마주에 들어가는 포도는 러브 오버 골드 그르나슈와 시라에 들어가는 포도와 같기에 사실 최상급을 마시는 것과 비슷합니다. 2022 빈티지는 한그루에서 두병 생산됐는 2025는 너무 건조해 수확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한그루에서 반병 정도만 생산됐답니다. 오마주는 오크 간섭을 줄이기 위해 새 오크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과일향을 잘 유지하기 위해 발효때 콘크리트 탱크도 사용합니다.”

러브 오버 골드 쉬라즈 2018은 600병 생산됐습니다. 1926년 심은 올드바인 쉬라즈로 만듭니다. 발효때 10%는 줄기를 사용해 복합미를 끌어 올렸습니다. 20~25년의 숙성 잠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라즈베리 퓌레, 익은 딸기, 루바브, 세이지, 민트, 은은한 베이킹 스파이스 오크 향이 조화를 이룹니다. 애비뉴 투 골드 쉬라즈(Avenue to Gold)는 1997년 심은 포도로 만듭니다. 금광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신선한 블랙베리, 주니퍼(노간주나무)향이 중심을 이루고 시간이 지나면서 파이프 담배, 말린 세이지, 로즈마리와 같은 허브 향으로 발전합니다. 2019 빈티지는 3960병 생산됐습니다. 드림즈 오브 골드(Dreams of Gold) 쉬라즈는 2013년에 심은 비교적 포도로 만듭니다. 러브 오버 골드를 만드는 포도의 압착 주스가 일부 들어갑니다. 생동감 넘치는 붉은 과일향, 민트와 유칼립투스의 허브향이 매력적입니다.

◆우아하고 섬세한 와인 탄생하는 에덴밸리
호주 와인의 심장, 남호주(South Australia)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 바로 동쪽에 붙어 있는 에덴 밸리(Eden Valley)는 바로사 밸리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고지대로 서늘한 기후 덕분에 우아하고 섬세한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되는 곳으로 명성이 높습니다. 에덴 밸리는 평균 해발고도 400~600m의 언덕으로 바로사 밸리보다 보다 약 200~300m 더 높으며 낮에는 일조량이 뛰어나지만 밤에는 매우 서늘해 일교차가 큽니다. 포도가 천천히 익어가기 때문에 복합미와 구조감이 뛰어납니다. 또 바람이 잘 통하고 서늘해 곰팡이나 병충해도 적은 편입니다. 토양은 주로 풍화된 화강암 기반의 사질 점토(sandy clay loam)로 배수가 잘 되며 포도나무에 적절한 스트레스를 줘 고품질 포도가 생산됩니다. 일부 지역은 석회암 토양으로 와인이 우아한 미네랄리티를 선사합니다.

이든 밸리 대표 품종은 리슬링(Riesling)으로 섬세한 구조감과 생기발랄한 산도가 돋보입니다. 영할때는 라임, 흰복숭아, 꽃향이 많이 나고 숙성되면 꿀, 페트롤, 왁스 같은 우아한 숙성향이 발현됩니다. 특히 리슬링은 석회질 토양에서 자란 미네랄 캐릭터 여부로 구대륙과 신대륙을 구분하는데, 에덴밸리 리슬링은 돌맛같은 엄청난 미네랄이 느껴집니다. 이에 독일이나 프랑스 알자스 리슬링과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신대륙 화이트 생산지는 대부분 한류의 영향을 받습니다. 미국 소노마 밸리, 로스 까르네로스, 칠레 카사블랑카 레이다 등은 다 바닷가 옆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든밸리는 한류가 아닌 고도의 영향을 받습니다.


◆에덴밸리 그르나슈 vs 맥라렌 배일 그르나슈
에덴밸리에서는 최근 그르나슈 재배가 늘고 있으며 그르나슈로 유명한 애들레이드 남쪽 맥라렌 배일(McLaren Vale)과 다른 캐릭터를 지녔습니다. 맥라렌 배일은 최고 수령 100년의 올드바인이 자라는 곳으로 토양은 붉은 점토, 셰일, 자갈, 석회암입니다. 해발 고도 50~200m 웜 클라이밋 지역으로 풍부하고 라즈베리, 석류, 말린 무화과 등 달콤한 과일과 감초, 터키쉬 딜라이트 같은 감미로운 향과 실키한 질감이 특징입니다.
반면 해발고도 400~600m 에덴밸리는 쿨 클라이밋으로 화강암 기반의 사질 점토입니다. 이곳의 그르나슈는 체리, 크랜베리 등 상큼한 붉은 과일과 후추, 카다몸의 스파이스, 꽃향, 감미로운 허브향이 느껴집니다. 우아하고 섬세한 캐릭터를 지녔고 밝은 산미가 두드러집니다. 일교차가 크고 서늘한 기후는 와인에 산미와 구조감을 주고, 화강암 기반 토양은 미네랄과 세련된 탄닌을 부여합니다. 이에 부르고뉴 느낌의 정교한 밸런스가 돋보입니다.

◆에덴밸리 쉬라즈 vs 바로사 밸리 쉬라즈
에덴밸리 쉬라즈(Shiraz)도 바로사 밸리 쉬라즈와 뚜렷하게 구분됩니다. 보다 서늘한 기후 덕분에 더 우아하고 스파이시한 캐릭터를 지녔습니다. 산미가 좋고 탄닌 구조감이 섬세하며 자두, 블랙베리, 후주, 허브, 라벤더향이 매력적입니다. 해발고도 200~300m인 바로사 밸리는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로 점토, 자갈, 철분이 풍부한 붉은 토양입니다. 100년 이상의 올드바인이 많고 농축되고 묵직하며 강렬한 풀바디와 부드럽고 풍부한 탄닌을 지닌 쉬라즈가 생산됩니다. 블랙베리, 초콜릿, 바닐라, 타르의 캐릭터를 지녔습니다. 반면 에덴밸리 쉬라즈는 서늘한 대륙성 기후로 화강암 기반 사질 점토입니다. 섬세하고 구조감과 미네랄리티가 뚜렷한 미디엄~풀 바디 쉬라즈가 생산되고 정제되고 선명한 탄닌과 블루베리, 보랏빛꽃, 후츠, 흑올리브 캐릭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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