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전 헌재 “여성·장애인 평등권 침해” 위헌 판결
“극소수만 혜택받을 가능성…실효성 떨어진다” 지적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국방 공약으로 내놓은 ‘군 가산점제’가 다시 뜨가운 감자로 부상했다. 26년 전 ‘성 차별적’이라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받은 군 가산점제를 다시 도입하겠다는 주장은 부적절하다는 비판과 함께 극소수만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민의힘 정책총괄본부에 따르면, 김문수 후보는 25일 충남 계룡시 병영체험관에서 발표한 ‘국방을 새롭게, 선진 강군 육성 국방 공약’에서 “남녀 불문하고 군 가산점제를 도입하겠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청년에 대한 예우”라고 밝혔다.
군 가산점제는 군 복무를 마친 사람에게 취업 시험 등에서 일정한 점수를 가산해 주는 제도다. 군 복무로 인해 사회 진입이 늦어지는 남성의 불이익을 보완해주기 위한 취지에서 지난 1961년 도입됐다. 당시 제도는 2년 이상 복무한 군필자에게 공무원 채용 시 5%의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군 가산점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1997년 IMF 외환 위기 이후 안정적인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여성의 사회 진출도 증가하면서 군 가산점은 여성에게 치명적인 장애물로 인식된 것이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1999년 군 가산점제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병역은 헌법상 국민의 기본 의무인데, 그에 따른 불이익을 점수 가산으로 보전하는 것은 정당한 반대급부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또 군 가산점제가 여성과 장애인 등 비제대군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실제로 헌재가 인용한 통계에 따르면, 1988년도 7급 국가공무원 일반행정직 채용시험 합격자 99명 중 72.7%에 해당하는 72명이 군 가산점을 받은 제대군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군 가산점제가 폐지된 후에도 최근까지 약 20년간 관련 개정안이 여덟 차례나 발의됐으나 법제화되진 못했다. 그러다 6·3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주요 국방 공약으로 다시 꺼내 들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앞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나경원 의원도 지난달 군 가산점제 재도입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위헌 판결의 전례와 성평등 문제 등으로 인해 제도의 재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 23일 2차 TV 토론에서 김 후보의 군 가산점제 공약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난 건 아느냐”며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쉽지 않은 것을 도입하겠다고 하는 것은 여성을 상대로 갈라치기 하거나 여성을 우롱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문수 후보는 “위헌 판결은 지나치게 5%까지 가산점을 너무 많이 준다든지, 너무 좁은 범위로 해서 그렇게 됐다”며 “과거에 위헌 판결 난 것처럼 그렇게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군 가산점제가 단순히 남성 유권자,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들의 표심을 노린 정치적 상징에 불과한 데다, 실제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사람도 극소수에 불과해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다만, 군 복무자의 사회 진입을 돕기 위해 각종 지원 조치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통화에서 “군인들은 군에 있는 기간 동안 군에 안 가는 사람들에 비해 기회를 많이 잃는다고 생각한다”며 “군 복무 기간을 12개월 이내로 단축하거나 병사 월급 현실화, 복무 이후 호봉 가산, 기술 훈련 등 복무 중 실질적 보상과 제대 후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구조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도 “성차별이라는 지적뿐 아니라 군필자 모두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아니어서 남-남 차별의 성격도 있다”면서 “군 생활을 개선하고 복무 도중에 자기계발, 취업 준비, 지원금 지급 등의 이점을 주는 방향이 더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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