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혈압 조절, 체중 감량…하루 세 번, 15분이면 충분
건강을 얻고 유지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핵심은 좋은 습관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실천하기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걷기’다. 특별한 장비나 장소 없이, 시간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특히 ‘식후 걷기’는 혈당 조절, 체중 감량, 심혈관 건강 등 다양한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어 ‘가성비 최고의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 운동과학자는 “밥을 먹고 바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식사 후 15분 이내에 걷기를 시작했을 때, 체중 감량과 혈당 안정에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
◆식사 후 바로 걷기, 체중 감량 효과 2배
1일 국제 일반의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General Medicine)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식사 직후 걷기를 실천한 참가자들은 한 달간 평균 3kg의 체중을 감량했다. 반면, 같은 시간 동안 식사 1시간 후에 걷기를 한 그룹은 1.5kg 정도만 줄었다.
이 같은 차이는 식후 급격한 혈당 상승(포도당 스파이크)을 효과적으로 억제한 결과로 분석된다. 포도당 스파이크가 줄어들면 인슐린 분비가 안정되고, 지방 축적도 억제된다.
미국 앨라배마대학교 운동과학과 엘로이 J. 아귀아르 박사는 “식사 후 짧은 시간이라도 걷는 것이 혈당과 혈압을 모두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며 이를 ‘운동 간식(Exercise Snack)’에 비유했다. 반드시 땀 흘리는 격렬한 운동이 아니어도 충분한 건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뇨병 관리 전문지 Diabetes Care에 실린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공복혈당이 105~125mg/dL로 경계선에 있는 60세 이상 비만 남녀 1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하루 세 번 식후 15분씩 걷는 그룹은 아침·저녁에 운동하는 그룹보다 혈당 상승 폭이 더 낮았다.
이는 식사 후 분해된 포도당이 운동 중 근육에 의해 에너지로 빠르게 흡수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혈당이 안정되고,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부담도 줄어든다.
아귀아르 박사는 “식후 15분간 빠르게 걷는 것만으로도 혈당 급등을 줄이고, 최대 24~48시간까지 혈당을 안정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식후 걷기는 당뇨병 환자나 고위험군에만 국한된 운동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건강상 이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내과 전문의는 “이 습관은 췌장이 처리해야 할 여분의 포도당 부담을 줄여주는 데 효과적”이라며 “대사증후군이나 당뇨병은 수년간 서서히 누적되어 나타나는 질환이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루 세 번, 15분 걷기로 WHO 운동 기준도 충족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에게 주당 150~300분의 중강도 운동을 권장하고 있다. 하루 세 번, 식후 15분씩 걷는 것만으로도 이 기준을 손쉽게 채울 수 있다.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걷는 속도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분당 130보 이상, 대화는 가능하지만 노래는 어려운 정도”의 속도를 권장한다. 이는 피부에 가벼운 땀이 나고 숨이 약간 찰 정도의 중강도 운동에 해당한다.
또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 번에 50분 걷는 것보다, 두 번에 나눠 25분씩 걷는 것이 체중 감량과 허리둘레 감소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사 활성화와 혈당 안정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이다.
◆걷기의 놀라운 건강 효과, 암 예방과 뇌 활성화까지
걷기는 단순한 유산소 운동을 넘어,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저밀도 지단백(LDL) 수치를 낮춰 대사증후군의 주요 위험 요소들을 개선한다.
최근에는 걷기 운동이 무려 13가지 암의 발병 위험을 낮추는 데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이뿐 아니라 창의력을 자극하고, 뇌 활동을 촉진하는 데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4년 유럽심장학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기존의 느린 산책을 빠른 걸음 7분으로 대체했을 때 심장질환 발병률이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식후 15분 걷기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건강 습관”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하루 세 번 식사 후 15분간 걷는 것만으로도 혈당과 혈압을 조절하고, 당뇨병·대사증후군·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운동에 대한 부담은 줄이고, 건강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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