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 후 첫 中 가톨릭 문제 언급
“중국 내 신자들 위해 기도” 밝혀
美 시민권 유지 가능 여부 촉각
레오 14세 교황이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로마 주교좌에 앉는 착좌식을 거행했다. 세계 교회의 수장이자 세계 가톨릭의 본산인 로마 교구의 교구장인 교황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예식이다. 착좌식이 열린 라테라노 대성전은 로마 교구의 주교좌 성당으로, ‘모든 성당의 어머니이자 으뜸’으로 간주된다.
착좌식에 앞서 교황은 로마 시청이 있는 캄피돌리오 언덕에서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을 만났다. “이제 로마는 당신의 도시”라는 구알티에리 시장의 환영사에 교황은 “로마 시민 모두를 섬기는 무겁지만 설레는 책임감을 느낀다. 여러분과 함께 나는 로마인”이라고 화답했다. 착좌식을 마친 뒤에는 로마시내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 이동해 ‘로마 백성의 구원’으로 불리는 성모 성화를 경배했다.

교황은 또 가톨릭의 ‘중국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5월24일)을 계기로 중국의 가톨릭 신앙을 위해 기도했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중국 가톨릭 신자들, 그리고 그들의 보편 교회와의 친교에 대한 간구와 애정의 표시로서 이날 중국과 전 세계의 교회와 성지에서 기도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교황이 즉위 후 민감한 사안인 중국 내 가톨릭 신앙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청은 베네딕토 16세 교황 재위 당시 2007년 중국 가톨릭 신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5월24일을 ‘중국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했다. 1951년 바티칸과 단교한 중국은 1957년 당국이 통제하는 관제 가톨릭단체인 중국천주교애국회를 만들어 자국 내 가톨릭 신앙, 신자를 관리하고 있다.
한편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날 미국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에 오른 레오 14세가 미국 시민권자이면서 바티칸시국의 국가원수로서 법적으로 곤란한 위치에 놓였다고 짚었다. 가톨릭교회의 통치기관인 교황청과 독립국가인 바티칸시국의 지도자 역할을 맡은 교황이 외국 정부를 이끌면서 미국 시민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것이다.
외국 정부를 위해 일한다고 국적이 자동으로 박탈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 국무부는 “외국 국가 원수, 외국 정부 수반 또는 외무장관으로 근무하는” 미국인의 시민권 지위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경우 “국제법 관련 복잡한 문제가 제기된다”고도 밝혔다. 1980년 미국 대법원은 미국인이 고의로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를 박탈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피터 스피로 미국 템플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국무부는 국적 포기 절차를 통해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 한 시민권을 상실할 의도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교황 선출 사실만으로 미국 시민권포기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이 교황의 시민권을 박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교황이 2015년 취득한 페루 국적에 대해 페루 정부는 “국적 유지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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