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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6·25전쟁 참전용사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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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26 13:14:49 수정 : 2025-05-26 13: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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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24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현지 한국 대사관 주도로 6·25 전쟁 참전용사회가 출범했다. 1930년생으로 당시 91세이던 호세 비야레알 옹(翁)이 참전용사회 초대 회장이 되길 자청했다. 6·25 전쟁에 참전한 그는 1979년 ‘한국에서 지낸 한 멕시코인의 기억’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펴냈다. 그런데 참전용사회 출범식 때만 해도 노구를 이끌고 당당히 자리를 지켰던 비야레알은 그로부터 불과 1주일 만인 2021년 5월1일 세상을 떠났다. 이를 두고 “촛불은 꺼지기 직전 가장 밝은 법”이라며 고인이 생의 마지막 순간 남아 있던 모든 힘을 참전용사회 결성에 쏟아부은 것이란 추모가 잇따랐다.

 

2021년 5월 멕시코 6·25전쟁 참전용사회 초대 회장 호세 비야레알 옹이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뒤 고인의 관 위에 영정 사진과 함께 옛 군복, 참전 기념 모자, ‘대한민국을 지켜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적힌 목도리 등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멕시코가 유엔 참전국이던가’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가 많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멕시코는 참전 22개국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6·25 전쟁 당시 멕시코는 이웃나라 미국과 맺은 협정에 따라 연인원 10만명가량의 자국민을 미군 소속으로 파병했다. 멕시코와 경우는 좀 다르겠지만 아일랜드도 6·25 전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다. 비록 공식 참전국은 아니나 1000명 넘는 아일랜드계 이민자와 그 후손들이 영국군, 미군, 호주군 등의 일원으로 6·25 전쟁에서 싸웠다. 그 가운데 영국군 소속 130명, 미군 소속 29명, 호주군 소속 2명 등 160여명이 전사했다고 하니 참으로 고귀한 희생이 아닐 수 없다.

 

6·25 전쟁 당시 전투 병력을 보낸 16개국과 의사·간호사를 파견한 의료지원국 5개국을 더해 오랫동안 ‘참전 21개국’이란 용어가 쓰였다. 그러다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참전국이 22개국으로 늘었다. 독일이 새롭게 의료지원국에 포함된 결과다.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53년 4월 독일(당시 서독)은 한국에 야전병원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인원 구성에 시간이 오래 걸린 끝에 정전협정 체결 이후인 1954년 초에야 독일 의료진이 부산에 도착했다. 그 때문에 오랫동안 참전국으로 인정받지 못 했으나 ‘의료진 파견을 결정한 시점은 전쟁 도중’이란 점을 감안해 한국 정부가 용단을 내린 것이다.

 

지난 24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카스파르스 푸단스 라트비아 국방참모총장이 6·25 전쟁 미군 전사자 명비에 헌화하고 있다. 당시 라트비아계 미군 여럿이 미군 소속으로 한국에서 싸웠고, 그중 4명이 목숨을 잃어 미군 전사자 명비에 이름이 새겨져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북유럽 발트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의 카스파르스 푸단스 국방참모총장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아 미군 전사자 명비에 헌화했다. 6·25 전쟁 당시 발트 3국은 소련(현 러시아)에 의해 강제로 점령을 당해 독립을 잃은 상태였다. 그런데 미국으로 간 라트비아인들이 미군 소속으로 한국에서 싸웠고, 그중 4명이 목숨을 잃어 미군 전사자 명비에 이름이 있다. 푸단스 총장은 “6·25 전쟁에 참전한 라트비아계 미군의 성명이 새겨진 전사자 명비에 헌화하고 추모할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이에 기념관 운영 주체인 전쟁기념사업회 백승주 회장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라트비아계 참전용사를 기억하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우리가 그동안 제대로 몰랐던 6·25 전쟁 참전용사들을 발굴하고 널리 알리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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