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금·은메달 이은 쾌거
男선수 포함 땐 8년 만의 기록
유한나와 호흡 두 달 만에 성과
임종훈과 혼합복식서도 3위에
3년 뒤 LA올림픽 메달 기대감
한국 여자탁구의 간판 ‘삐약이’ 신유빈(21·대한항공)이 2025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를 동메달 두 개로 마감했다. ‘탁구 여왕’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수석부회장(한국마사회 감독) 이후 단일 세계선수권에서 메달 2개를 딴 선수가 됐다.
신유빈은 25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루사일 스포츠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여자복식 준결승에서 유한나(23·포스코인터내셔널)와 짝을 이뤄 베르나데트 쇠츠(루마니아)-소피아 폴카노바(오스트리아) 조에게 게임 스코어 2-3(5-11, 11-8, 8-11, 11-9, 9-11)으로 석패해 공동 3위에게 주어지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임종훈(27·한국거래소)과 듀오로 나선 혼합복식에서도 동메달을 따낸 신유빈은 이번 대회를 동메달 2개로 마쳤다.

신유빈의 단일 세계선수권 메달 2개는 한국 여자 선수로는 현 수석부회장 이후 32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현 수석부회장은 1993년 예테보리 대회에서 여자단식 금메달에 혼합복식에서 유남규 탁구협회 실무부회장(한국거래소 감독)과 은메달을 합작한 바 있다. 남자 선수를 포함한 세계선수권 멀티 메달 기록은 이상수(35·삼성생명) 이후 8년 만이다. 이상수는 2017년 뒤셀도르프 대회에서 남자단식과 남자복식 동메달을 따냈다.
아쉽게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신유빈과 유한나가 합작한 여자복식 동메달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신유빈의 ‘오랜 단짝’ 전지희가 지난해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새 짝꿍에 대한 걱정이 많았지만 유한나가 성공적으로 전지희의 빈자리를 메워줬기 때문이다.
유한나로선 성인 국제무대에 복식조로 등장한 지 2개월 만에 신유빈과 함께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따내면서 존재감을 각인시킨 것은 물론 한국 여자 탁구에도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둘은 주니어 시절 호흡을 맞춰 2018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 우승과 2019년 준우승을 합작했으나 성인 무대에선 따로 활약했다. 신유빈은 전지희와 짝을 이뤄 2023 세계선수권 은메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는 등 한국 여자탁구의 간판으로 활동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유한나는 소속팀 동료들과 종합선수권 연속 제패 등 국내 최강 복식 스페셜리스트로 기량을 갈고 닦았다. 전지희의 은퇴로 다시 재결합한 둘은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찰떡호흡을 자랑했다. 탁구 개인복식은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부활한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의 경험은 3년 뒤 올림픽을 향한 여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유빈은 “뛰어난 파트너들을 만난 덕분에 이렇게 큰 대회에서 메달을 두 개나 따낼 수 있었다”며 “과정과 결과가 모두 좋았던 메달들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이번 메달의 가치도 그에 못지않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복식과 혼합복식 4강행이 확정된) 22일 하루에 메달이 2개나 결정돼 너무 기분이 좋았다”면서 “손목 통증에 시달린 적도 있었고, 부진한 기간도 있었다. 그러나 주변 상황보단 내가 해온 노력을 믿었다. 노력의 결과물이 세계선수권 메달로 돌아온 것 같다. 지금처럼 나 자신을 계속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단식에선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성과가 있었다. 세계랭킹 1위이자 올해 월드컵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세계최강 쑨잉사(중국)를 16강에서 만나 2-4로 패했다. 2년 전 더반 대회 16강에서 0-4 패배를 안겼던 쑨잉사를 상대로 듀스 접전을 벌이며 두 게임을 따내 쑨잉사 등 중국의 벽을 넘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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