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1번째 州 만들 것” 트럼프 반응 주목
캐나다 새 하원의 개원식에 맞춰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즉위 이후 최초로 캐나다를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그가 연설에서 캐나다의 독립과 주권을 강력히 옹호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캐나다는 영국에서 독립한 뒤에도 영국 국왕을 자국 국가원수로 섬기는 만큼 찰스 3세는 영국 국왕인 동시에 캐나다 국왕이기도 하다.

23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주재 캐나다 고등판무관을 지낸 전직 외교관 제레키 킨스먼은 찰스 3세의 캐나다 의회 개원 연설 내용과 관련해 “캐나다 주권에 대한 매우 긍정적인 평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찰스 3세는 캐나다 정부가 독립 국가로서 캐나다의 주권을 보호하고 추구하며 보존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 의회 개원식은 오는 27일 개최되며 찰스 3세가 직접 참석해 개원 연설을 할 예정이다. 영국 국왕이 캐나다 의회 개원식에서 연설하는 것은 1977년 찰스 3세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후 48년 만의 일이다.
찰스 3세의 캐나다 방문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캐나다와 미국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는가 하면 독립 국가인 캐나다의 총리를 ‘주지사’(Governor)라고 부르며 모욕을 가했다. 캐나다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캐나다 경제를 뒤흔들어 놓겠다는 야심도 드러냈다.
이에 캐나다에서는 반미(反美) 감정이 치솟고 있다. 최근 실시된 하원의원 총선거에선 “미국과의 오랜 관계는 이제 끝났다”고 선언한 자유당이 대승을 거두고 마크 카니 총리가 연임에 성공했다. 카니는 미국을 상대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의 강경 대응을 하는 한편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연합(EU) 등 다른 파트너들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간 캐나다 국민들 사이에선 ‘미국이 캐나다를 합병하겠다고 떠드는데 우리 국왕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하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찰스 3세가 트럼프와 미국을 상대로 침묵만 지키는 점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이다. 다만 영국에서 국왕은 정치적인 언행을 하지 않는 것이 오랜 관행이다. 찰스 3세 입장에서는 영국과 미국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캐나다 의회 연설에서도 찰스 3세가 캐나다의 독립과 주권을 옹호하되 일정한 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찰스 3세의 초청을 받아 오는 9월 영국을 국빈으로 방문할 예정인 트럼프가 찰스 3세의 캐나다 의회 연설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하는 점도 주요 관전 포인트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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