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이 지난 7일(현지시간) 인도와의 무력충돌에서 중국산 J-10CE 전투기로 인도군이 쓰는 프랑스산 최신예 라팔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양측 전투기는 자국 영공을 벗어나지 않은 채 최대 160㎞ 거리에서 장거리 공중전을 벌였다.
서방이나 러시아보다 기술 수준이 낮다고 인식됐던 중국산 무기가 장거리 공중전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중국산 무기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 100㎞ 이상의 거리에서 교전하는 항공작전이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항공작전에서 교전거리가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것은 미래 한반도 전장에 큰 영향을 미칠 요소들이다. 한국도 대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상보다 강력한 中 무기
이번 충돌에서 인도는 라팔 전투기와 스칼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이스라엘산 하롭 드론, 러시아산 S-400 방공미사일 등을 투입했다.
파키스탄은 중국산 PL-15E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탑재한 J-10C 전투기를 내세웠다. 비(非)중국과 중국 간 군사력을 시험하는 대리전 양상이 전개된 셈이다.
파키스탄은 개발국인 중국을 제외하면 J-10C를 운용하는 유일한 국가다. 인도가 라팔 36대와 정밀유도무기를 도입하자 파키스탄은 2020년 중국에 수출형인 J-10CE 36대와 PL-15E 미사일 250발을 주문, 2022년에 첫 6대를 인도받은 뒤 현재 J-10CE 20대를 운용 중이다.
J-10CE는 지난해 중국 주하이 에어쇼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전자기 간섭이 심한 환경에서도 탐지 표적 조준 능력을 향상시키는 능동전자주사식(AESA)가 장착되어 있다.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2발,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4발을 탑재할 수 있다.
도입 당시엔 J-10CE로 라팔을 저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있었지만, 이번 충돌로 중국산 무기의 성능이 과거보다 월등히 향상됐다는 점이 드러났다.
전투기보다도 더 주목할 부분은 미사일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국에서 쓰인 PL-15는 중국에서 가장 현대적인 공대공 미사일 중 하나다.
미국산 AIM-120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비슷한 개념을 지니고 있고, 능동전자주사식(AESA) 레이더 탐색기를 갖춰 전자전 등에 더 잘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 링크가 있어 발사 후 유도 업데이트도 가능하다.
사거리는 200㎞지만, 수출형인 PL-15E는 150㎞ 정도다. 이번 무력충돌에서 인도와 파키스탄 전투기는 국경을 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150㎞ 거리에서 라팔을 격추했다는 의미다.

다만 PL-15E가 향후 인도·파키스탄 분쟁에서 위력을 발휘할 지는 불확실하다. 이번 충돌과 관련해 인도 펀자브 지역 등에선 PL-15E의 부품 또는 잔해로 보이는 것들이 발견됐다.
부품을 회수하면 PL-15E의 능력과 한계에 대한 세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새로운 대응책과 전술, 기술 및 절차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소재나 동력부 특성 등을 파악하면 중국 군수산업의 기술 수준 파악도 가능하다.
파키스탄 전자전과 지휘통제 능력도 양측간 전투기의 성능 격차를 무의미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파키스탄군은 브리핑에서 인도 공군 전투의 교신을 녹음했다며 관련 파일을 공개하고, 인도 공군 전투기 중 라팔을 주요 표적으로 했다고 밝혔다.
전투기 교신을 엿들었다면, 전파 추적을 통해 방향 등의 위치 정보를 얻는 것도 가능하다.
데이터링크로 조기경보기 등의 다양한 탐지타격 체계를 연결해 상황 인식 및 대응 능력을 높이면, 신속하고도 유연한 작전을 펼칠 수 있다. 이는 상대방보다 전술적으로 우위에 있게 하는 요인이다.
첨단 전투기 구매 못지 않게 지휘통제와 전자전, 네트워크 능력 향상과 미사일 성능이 미래 공중전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국도 미래전 준비 서둘러야
인도와 파키스탄의 충돌에서 벌어진 양상은 한반도에서도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북한은 냉전 이후 국제사회 제재와 경제난 등으로 신형 전투기 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1991년 소련 해체 이래 2000년대 초 미그-29 부품과 중고 미그-21 Bis를 일부 확보한 것이 전부다. ‘북한판 S-300’을 비롯한 방공체계를 구축하고 초대형방사포로 한국 공군기지 타격 능력도 갖췄지만, 전투기 노후화라는 한계는 극복하지 못했다.
북한의 선택은 항공무장 현대화와 전자전이었다.
낡은 전투기라도 먼 거리를 날아가 표적에 명중하는 정밀유도무기를 탑재하고, 전자전 능력을 강화해 정보를 수집하고 적군에 전파방해를 하면 전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북한은 지난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군 방공·공습훈련을 지도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는데, 북한이 새로 개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이 등장했다.
미국산 암람이나 중국산 PL-12와 유사한 외형을 지녔다. 2021년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 국방발전전람회에선 중거리·단거리 공대공미사일로 추정되는 무기가 전시된 바 있다. 오래 전부터 개발이 추진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북한이 최근 조기경보기를 공개하면서 전자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조를 감안하면, 다양한 전력을 네트워크로 융합하면서 먼 거리에서 적군을 먼저 포착해 타격하는 군사 운용 체계 구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2000년대부터 거액을 들여 F-15K 전투기와 F-35A 스텔스기, KC-330 공중급유기 등을 도입했다. 외형적으론 상당한 수준의 전력증강이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장거리 공중전 능력과 더불어 다양한 출처에서 수집되는 정보를 실시간 융합하고 전파하는 초고속 네트워크와 전자전 등 미래전에 걸맞는 전력과 전술을 지녔을지는 미지수다.

인도 공군은 파키스탄보다 전력상 우위에 있었다. 라팔 외에도 러시아산 수호이-30MKI와 미그-29, 프랑스산 미라지 2000, 자국산 테자스 전투기를 보유했다. 조기경보기와 전자전기도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브라질에서 도입했다.
하지만 합동성은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 현대전과 미래 전장의 핵심은 네트워크중심전(NCW)이다.
지휘부와 탐지·식별·추적·타격체계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같은 시간에 같은 정보를 인식해서 지휘속도를 증가시키고 빠른 작전을 구사, 적군을 무력화하고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한다.
인도 공군은 각각의 전력이 네트워크에 제대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등과 연합훈련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파키스탄과의 충돌은 이같은 문제를 일부나마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전자전과 무인 체계 강화를 강조하는 등 전투기 노후화를 네트워크전과 교전 범위 확대로 만회하려는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도 개별 플랫폼 도입보다 네트워크와 장거리 타격력을 갖춘 항공무장 강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KF-21 전투기에 쓰이는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은 최대 속도 마하 4.5로 200㎞ 이상의 거리에서 표적을 요격할 수 있다. F-15K에 탑재되는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대전 상공에서 휴전선 북쪽의 지상 표적을 정밀타격한다.
이같은 장거리 타격력을 한층 강화해서 휴전선을 넘지 않아도 북한 내륙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높여야 한다.
매우 빠른 속도로 정보를 공유하고 적군을 교란하는 지휘통제·전자전 능력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항공작전에선 수 초의 짧은 지연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여러 단계를 거쳐서 정보가 전달되면 이같은 문제가 커진다.
체계적이고 신속하며 고용량 데이터를 전송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 범위를 육군과 공군 방공망과 정찰체계 등까지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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