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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청장년층이 부유한 고령층 지원?…커지는 기초연금 개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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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25 08:35:07 수정 : 2025-05-25 09: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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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노인빈곤율을 낮추기 위해 기초연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인빈곤율은 2023년 38.2%(처분가능소득 기준)를 기록하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다만, 1950년 이전 출생 세대의 빈곤율이 높은 반면 최근 고령층에 진입하는 세대일수록 경제 상황이 개선되는 등 고령층 내에서도 빈곤 수준이 다른 상황이다. 지금처럼 고령층의 70%에 기초연금을 주는 방식을 고수할 경우, 저소득 청장년층이 부유한 고령층의 기초연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기초연금 선정 기준을 기준중위소득의 일정 비율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 앞에 점심식사를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어르신들의 그림자가 바닥에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지난 15일 발표한 ‘노인빈곤의 현황, 전망과 대응’에 따르면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은 2019년 4.14%, 2020년 39.1%, 2021년 37.6%로 하락세를 보이다 2022년 38.1%, 2023년 38.2%로 최근 2년 증가하고 있다. 노인빈곤율은 전체 노인 인구 중 빈곤한 노인의 비율을 말하는데, 여기서 빈곤은 소득 순으로 줄 세웠을 때 중간에 해당하는 ‘중위소득’의 절반 미만 소득을 가진 상황을 의미한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 고령층이 부동산 등 자산을 많이 가진 특성을 감안해도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높은 수준이다. 역모기지 등 보유자산을 활용해 소득을 마련하는 ‘연금화’ 효과를 감안하면 2021년 노인빈곤율은 23.5%까지 하락한다. 처분가능소득 기준보다 14.1%포인트 낮아지지만 OECD 평균 노인 빈곤율(14.2%, 2020년 기준)보다 9%포인트 이상 높다. 자산을 소득으로 환산해도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심각한 수준인 셈이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높은 건 국민연금 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 가입률이 낮은 초고령층의 빈곤율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930년대 후반 출생(1935~1939년생)과 1940년대 전반 출생(1940~1944년생) 세대의 빈곤율은 각각 56.3%, 51.3%였다. 1940년대 후반 출생(1945~1949년생) 세대의 빈곤율도 44.5%에 달했다. 반면 1950년대 전반(1950~1954년생)과 1950년대 후반(1955~1959년생)의 빈곤율은 각각 27.8%, 18.7%였다. 1950년을 기점으로 빈곤 수준이 크게 달라지는 셈이다. 이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1998년 전국민 대상으로 확대돼 이전 세대일수록 가입기간이 짧아 수급액이 적다. 국제적으로도 과거 경제수준이 열악했지만 이후 급속히 성장한 국가의 노인빈곤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면서 “향후 덜 빈곤한 세대의 고령층 진입과 저상장 기조, 고령화에 따라 노인빈곤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 상담 창구의 모습. 연합뉴스

문제는 고령층 세대별로 빈곤율이 다른 데도 기초연금이 이런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초연금은 소득인정액 하위 70% 이하 노인을 대상으로 2008년에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제도가 확대·재개편된 연금제도다. 소득과 자산을 고려한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보다 낮은 경우 지급되는데, 최근 고령층에 진입하는 세대의 경제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선정기준액이 기준중위소득에 거의 근접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기준중위소득(국민 가구 소득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 대비 선정기준액 비율은 2015년 56%에 불과했지만 2025년에는 93%로 크게 증가했다.

 

만약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가난한 청장년층이 자신보다 부유한 고령층을 위해 기초연금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고 이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기초연금 수급자 규모가 2023년 650만명에서 2050년 1330만명으로 급증해 재정지출 부담이 늘어나는 점도 문제다. 이 연구위원은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기준중위소득 50% 이하 고령층으로 점진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노인빈곤율이 여전히 높으나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이전 출생 세대 고령층에 빈곤이 집중돼 있다.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사회 전체 기준에서 상대적으로 빈곤한 고령층으로 한정해 두텁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초연금 개편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지만 이번 제21대 대선 주요 후보 공약에 포함되진 않은 상황이다. 다만,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기초연금 70만원 인상, 노인최저소득 도입으로 노인빈곤 완화를 공약했다. 선정기준액 조정 등의 구체적인인 이행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한편, 국민연금 개편 방향은 주요 후보 공약에 포함됐는데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약에서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및 연금개혁 지속 추진’, ‘주택연금 제도개선 등을 통해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지원강화’ 정도만 제시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청년안심 국민연금 2차 개혁으로 청년세대 부담 완화’를 제시하면서 자동조정장치 도입 검토 등을 제시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개혁 시점 이후 납입되는 보험료를 신연금 계정으로 별도 관리해 구연금과 완전히 재정을 분리’하는 내용의 신-구 연금 재정 분리를 내세웠다. 306개 시민·노동단체가 모인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이재명 후보의 경우 추상적이며, 김문수 후보는 ‘청년’, 이준석 후보는 ‘재정’에 편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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