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반대 집회, 입장 표명 아닌 수요시위 방해 목적”
국가인권위원회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방해받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경찰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23일 공경현 서울 종로경찰서장에게 지난달 24일 수요시위가 반대 집회 측의 스피커 소음·모욕적 발언 등으로 방해받지 않도록 현장에서 중지 권고·경고할 것을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그러면서 집회 장소 선점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간과 장소를 나누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시행하라고 덧붙였다.

남규선 전 인권위 상임위원을 소위원장으로 한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반대 집회가 평화롭게 입장을 표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수요시위 방해를 목적으로 집회 장소를 선점만 하고 집회를 개최하지 않거나 수요시위 참여자를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등 방해 행위를 해왔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경찰의 보호 의무 이행 부족과 관련해 반대 집회의 허위 집회 신고를 규제하지 않은 점과 수요시위 참가자를 향한 스피커 욕설·모욕 등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점, 선점된 장소를 두고 시간·장소를 실효적으로 분할하지 못한 점 등을 근거로 들어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봤다.
1992년부터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개최됐던 수요시위는 2021년부터 반대 단체의 조롱과 모욕적 언행으로 방해를 받아왔다. 정의기억연대를 비롯한 5개 단체는 2022년 1월 수요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욕설과 혐오 발언 등 인권침해가 국가 공권력에 의해 방치되고 있다며 인권위에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서울 종로경찰서장은 두 집단 이상의 집회가 신고되면 집시법에 따라 구역을 나누고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며 일부 발언을 이유로 집회를 제지하면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는 해당 반대 집회 측의 방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고 경찰이 이를 방치하면 수요시위의 목적과 역사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해 2022년 1월 긴급구제 조치를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2008년과 2009년, 2022년에도 유사 사례에 대해 경찰이 복수 집회의 충돌·방해 가능성을 사전 조정하고 모두가 집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의 권고를 해왔다.
정의연이 주최하는 수요시위는 1992년 1월 미야자와 기이치 전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와 관련한 진상 규명과 법적 책임 이행 등 문제 해결, 피해자 명예·인권 회복을 요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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