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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에 내몰린 청년… 또 한 명의 안타까운 희생, 제도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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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20 18:04:53 수정 : 2025-05-20 18: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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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실습생이 돼지농장에서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현장실습 사고에 대한 구조적 문제와 대학의 실태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0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쯤 경남 합천군의 한 3층짜리 아파트형 돈사에서 불이 나, 이곳에서 장기 현장실습 중이던 한국농수산대학교 재학생 A(19)씨가 미처 대피하지 못해 숨졌다.

 

19일 오후 5시쯤 경남 합천군 3층짜리 아파트형 돈사에서 불이 나 검은연기와 함께 불꽃이 일고 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A씨는 정예 후계 농어업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 전북 전주시 소재 국립 3년제 대학인 한농대 2학년생으로, 올해 3월부터 해당 농장에서 10개월 과정의 장기 실습 중이었다.

 

경찰은 화재 당시 3층에 있던 A씨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유독가스를 흡입해 숨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확한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사고 원인 규명에 앞서 재학생들은 실습 현장의 조건과 환경을 따져보고 학교 측의 소홀한 안전관리 실태를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습이라는 이름 아래 학생들이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현장실습 중인 한 한농대 학생은 “현장에서는 실습이 아니라 노동에 가깝다”며 “주 5일 하루 8시간 이상 일하지만, 실습비는 고작 30만~15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실습장 안전 점검은 형식적이고, 학점을 매기는 현장 교수에게 불이익이 갈까 두려워 문제 제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2년에는 경기 고양시 한 화훼농원에서 실습 중이던 한농대 학생이 배합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때도 대학 측의 사후 대처와 제도 미비에 대해 학생들은 강하게 비판했지만,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

19일 오후 5시쯤 경남 합천군의 한 3층짜리 아파트형 돈사에서 불이 나자 119가 고가사다리차를 이용해 진화하고 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학생 커뮤니티에는 실습 중 다쳤지만, 입막음되거나 부상으로 휴학한 사례가 여럿 공유되고 있다.

 

한 학생은 “학교가 학생들을 실습장에 내보내기만 급급할 뿐 관리를 나 몰라라 하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일부 학생들은 “이제 막 성인이 된 실습생들이 살인적인 근무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며 “실습이 아닌 노동이라면 정당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채,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반복되는 사고는 결국 시스템의 실패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이상 젊은 생명이 실습 현장에서 희생당하지 않도록, 정부와 대학 모두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한농대는 A씨를 추모하기 위해 학내에 빈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 각 전공 교수가 실습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실습 현황을 점검하고, 실습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장기 현장실습 운영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약속이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 또 다른 비극을 막을 수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전주·합천=김동욱·강승우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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