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A씨는 최근 서울 아파트 매수를 위해 은행 대출 상담을 받다 예상보다 줄어든 한도에 당황했다. 연소득 1억원 기준, 30년 만기 변동금리로는 종전 약 5억9000만원까지 가능했던 대출 한도가 7월부터는 약 5억7000만원으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A씨는 “금리도 높은데 한도까지 줄면 집 사기가 더 어렵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오는 7월부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줄어든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스트레스 DSR 3단계 제도’를 본격 시행하면서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스트레스 금리가 현행 1.2%에서 1.5%로 높아져, 차주의 대출 여력이 3∼5%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5대 시중은행이 참여한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개편에 따라 혼합형·주기형 주담대의 스트레스 금리 반영 비율도 높아진다. 혼합형은 기존 60%에서 80%로, 주기형은 30%에서 40%로 각각 상향돼, 대출 한도가 최대 수천만 원 줄어들 수 있다. 금융위는 “미래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감안해 차주의 상환능력을 보수적으로 평가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방의 경우, 연말까지 스트레스 금리 0.75%를 유지한다. 금융위는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신규 주담대 수요가 둔화된 상황이라, 시장에 과도한 위축을 막기 위해 6개월간 규제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신용대출도 차등 적용된다. 잔액 1억 원 초과 시에만 스트레스 금리가 부과되며, 금리 유형과 만기 조건에 따라 적용 비율을 달리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수요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 함영진 부동산리서치랩장은 “7월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 3단계로 수도권의 대출 여력은 일부 줄겠지만, 서울 중심의 매물 부족과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시장 전체의 수요 위축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저소득층과 다중 대출자의 진입은 어려워질 수 있으나, 고소득 상급지 수요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올해 1분기까지는 가계대출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고 평가했지만, 4월에만 5조3000억원이 증가하는 등 주담대를 중심으로 다시 증가세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제도 시행 전 대출 수요가 몰리는 '막차 수요'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권은 철저한 심사와 자체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