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농구 10개 구단 가운데 창원 LG는 유일하게 연고지나 모기업이 바뀌지 않은 팀이다. LG가 1997~1998시즌 프로농구에 뛰어들며 리그는 10개 구단으로 치러졌고, 이때부터 LG는 ‘세이커스’라는 이름으로 경남을 지켰다. LG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속에서도 살아 남았고, 팀은 끝까지 창원에 남아 시민들과 함께했다. LG가 지역 팬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LG가 아직 챔피언결정전(챔프전·7전 4승제)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런 LG의 우승갈증이 마침내 해소됐다. 조상현 감독이 이끄는 LG가 세 차례 도전 끝에 28년 묵은 한을 풀었다.
LG는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2024∼2025시즌 챔프전 7차전에서 62-58로 승리했다. 1,2,3전을 승리했던 LG는 빈공 끝에 4,5,6차전을 내줬지만 이날 경기를 잡아내며 4승3패로 창단 첫 우승 트로피를 품게 됐다. LG는 2000~2001시즌 첫 챔프전에서 수원 삼성(현 서울 삼성)에게 1승4패로 시리즈를 내줬다. 정규리그를 1위로 끝냈던 2013~2014시즌엔 울산 모비스(현 울산 현대모비스)에게 2승4패로 졌다. 이후 LG는 암흑기를 맞았고 챔프전은커녕 플레이오프(PO) 진출도 어려운 팀이 됐다. 이런 LG는 2022~2023시즌을 앞두고 선임한 조 감독 체제에서 다시 강팀으로 변신했다. 조 감독은 팀을 이끈 지난 두 시즌 동안 팀을 매번 정규리그 2위에 올려뒀다. 문제는 PO였다. 매 시즌 4강 PO(5전 3승제)에 직행한 LG지만 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3~2024시즌엔 SK에게 내리 3연패를 당했고, 지난 시즌에는 수원 KT에 2승3패로 지면서 챔프전 문턱에서 울었다.
올 시즌도 정규리그를 2위로 끝낸 조 감독은 ‘큰 경기에 약하다’는 부담을 안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올 시즌엔 달랐다. 조 감독은 4강에서 ‘쌍둥이 지도자’인 조동현 감독이 이끄는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두고 팀을 11년만에 챔프전에 올려놨다.
챔프전에서 조 감독은 정규리그 역대 최소인 46경기만에 1위를 확정한 SK를 압도했다. 1~3차전에서는 SK를 평균 66.7점으로 묶으며 3연승을 달렸다. 하지만 홈에서 열린 4차전에서 벼랑 끝에 몰린 SK에게 고전하며 역대 챔프전 최소득점(48점)을 기록한 LG는 5차전에서 56득점에 그쳤고 6차전까지 내주면서 분위기를 내줬다.
7차전을 앞두고 조 감독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득점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2001년생 트리오인’ 칼 타마요와 유기상, 양준석이 평균 30분씩 뛰며 지친 상태였다. 전희철 SK 감독은 이런 점을 노리고 끈질긴 수비를 선보였다. 조 감독 역시 집요하게 슛 감각이 떨어진 SK를 강하게 몰아쳤다.

이 탓인지 두 팀은 득점을 올리는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1쿼터 SK는 8점, LG는 10점을 넣었다. 양 팀 합계 18점은 역대 챔프전 한 쿼터 최소 득점 신기록이다. 2쿼터에서도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LG는 27-23으로 전반을 마쳤다.
4쿼터는 그나마 득점이 나왔다. 베테랑 허일영과 영건 양준석이 잇따라 3점을 꽂아 49-44로 격차를 벌렸다. 6분 20여초에는 시리즈 후반부 들어 부진하던 타마요가 우중간에서 이날 자신의 2번째 3점을 넣었다. 5분30여초엔 허일영이 다시 정면에서 3점을 던져 림을 갈랐다. 55-45, 이날 첫 10점 격차를 만들며 분위기를 잡았다. SK 역시 막판 김형빈 연속 3점과 김선형 속공 등을 앞세워 접수차를 좁혔다. 하지만 LG는 결국 승리했다.
허일영은 3점슛 4개를 포함해 양팀 최다인 14점을 몰아쳤다. 챔프전 MVP 역시 허일영 몫이었다. 허일영은 총 80표 중 32표를 받아 팀 동료 칼 타마요(23표)와 아셈 마레이(22표)를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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