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과 수교 50주년을 맞는 유럽이 미·중 경쟁 심화 속 전략적 파트너로서 중국과 협력을 확대하는 모습이 주목된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은 7월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EU와 중국은 대미 의존도 완화와 대안적 협력 파트너십이라는 공통의 문제의식 속에서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목표 역시 유사하다고 파악된다. 격변하는 지정학적 환경, 균형과 생존을 조화롭게 가져가야 하는 유럽의 딜레마가 한국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 유럽의 ‘중국 활용법’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세종연구소 이성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미-중 경쟁 속 유럽이 바라보는 중국: 전략적 협력과 경쟁 그리고 리스크‘에 따르면 중국과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는 유럽의 대응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고서는 “완전한 디커플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럽이 취하고 있는 ‘관리된 협력 기조‘(핵심 기술은 보호하면서 전략적 협력은 민감 분야와 분리해 추진하는 방식)는 우리 대중국 정책에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정리했다.
한국이 유럽처럼 집단적 방위체제를 갖추고 있지 않으며, 지역 차원의 공유된 안보 이익을 강대국에 압박할 외교 플랫폼도 제한적이라는 현실적인 한계도 지적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은 외교의 외연을 넓히고 다층적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미·중 사이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응할 완충 공간을 확보하고 협상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보고서는 “호주, 일본, 유럽, 아세안 등 ‘미들 파워’와의 협력은 우리에게 필수적”이라며 “특히 유럽은 중국과의 선택적 협력과 리스크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도모하는 데 있어 중요한 파트너”라고 짚었다. 핵심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한 의존 심화와 시장 잠식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공급망 안정성과 혁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한국과 유럽이 공유하는 주요 전략 목표라서다.
한국과 유럽 간에는 디지털 파트너십, 안보 및 방위 협력, 그린 파트너십,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통한 양자 협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보다 전략적이고 구체적인 협력 매커니즘이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핵심 기술 및 원자재 공동 개발과 확보 역량 강화를 통해 양측 산업의 상호 보완성을 높일 수 있다.
보고서는 ”유럽은 러-우 전쟁을 경험하면서 냉혹하면서도 처절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강대국과의 관리된 협력과 위험 관리를 추진함과 동시에, 핵심 기술의 역량강화, 핵심 원자재의 비축과 공급선 다변화, 산업 현대화와 시장 육성을 위한 투자, 국내 제조 기반 강화 등 경제적 자립을 위한 조치와 국방비 증액을 통한 자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역시 다시 지정학적 패권 경쟁의 주요 무대가 된 동북아시아에서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다변화된 파트너십 구축과 자체 역량 강화에 전략적이고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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