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잘 지내셨어요? 저 수광이에요”
일본으로 향하는 티웨이항공 비행기 안.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는 부모님을 위해 준비한 한 아들의 음성편지라는 승무원의 안내에 이어 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비행기 안은 금세 눈물바다가 됐다.
15일 소방청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소방관 부모님들이 기내식 먹다가 펑펑 눈물 쏟은 사연’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티웨이항공과 순직 소방관 유가족 비영리법인인 ‘소방가족희망나눔’이 마련한 지난 9일 마음치유 여행에 함께한 이들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기내에서 흘러나온 ‘수광’이라고 한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지난해 1월 경북 문경시 신기동 공장화재 현장에서 화재진압 활동에 나섰다가 순직한 고 김수광 소방장이다. 김 소방장은 “건물 내에 고립된 근로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박수훈 소방사와 함께 건물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불길과 연기가 커지는 바람에 결국 빠져나오지 못했다.
비행기에는 김 소방장의 아버지 김종희, 어머니 이보경씨도 타고 있었다.
김 소방장은 음성편지에서 “엄마 아빠가 정말 오랜만에 여행을 가신다고 해서 너무 반가운 마음에 깜짝 편지를 쓴다”며 “제가 떠난 후로 매일매일 슬픔에 빠져있을 가족들을 생각하면 마음도 아프고 걱정도 많았다”고 했다. 이어 “아마 지금 엄마 아빠의 곁에 계신 다른 소방관의 부모님들도 비슷한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계실 것”이라며 “하지만 엄마 아빠 그리고 제 동료 소방관의 부모님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위로를 전했다. 그는 “우리는 부모님의 자식으로서 누구보다 자랑스럽고, 용감했던 소방관이었다”며 “오랜만의 여행이니 자식들 생각은 잊고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다 오라”고 기원했다.
김 소방장은 “엄마, 아빠! 보이지 않아도 저는 늘 곁에 있어요. 많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해요”라고 편지를 마쳤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 목소리를 듣게 된 김종희·이보경씨는 눈물을 훔쳤다. 같은 아픔을 가진 다른 승객들도 함께 마음을 나눴다.

김 소방장의 목소리는 LG유플러스가 인공지능(AI) 음성합성(TTS) 기술을 통해 복원한 것이다.
일반적인 AI 기술로 사람의 목소리를 생성하려면 특정 인물의 목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수백에서 수천 문장에 달하는 음성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는데, 이 기술은 한두 문장만으로도 고유한 발음, 억양, 음색, 말투 등을 분석·학습해 재현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AI를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과 소방청과의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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