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때 8억 넘게 갔었던 우리 아파트가 이제는 6억 초반도 간당간당해요”
광주 서구에 사는 김모(42)씨는 최근 아파트 시세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입주 3년 차인 단지인데도 인근에 새 아파트 입주가 몰리며 가격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김씨는 “매도하려고 내놨지만 연락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반면 서울 성동구에 사는 정모(39)씨는 최근 성수동 아파트 시세를 부동산 앱에서 확인한 뒤 기존 대출을 갈아타기로 결정했다. 정씨는 “매물이 올라오면 바로 빠지고, 전세도 금방 나가더라고요. 금리 부담만 없으면 당장 사겠다는 사람들도 꽤 있어요”라고 말했다.
4월 들어 전국 집값이 다시 주춤한 흐름을 보인 가운데 서울은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지방의 하락 폭이 커지며 전체 흐름은 사실상 ‘보합’에 가까워졌다. 전세시장도 비슷한 양상이다. 수도권은 강보합, 지방은 하락세가 뚜렷했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02% 하락하며 3월의 소폭 상승세에서 하락 전환했다. 특히 서울은 0.25% 상승하며 상대적으로 강세를 이어갔지만, 지방은 -0.11%로 낙폭이 컸다.
서울에서는 성수·금호동(성동구 0.59%), 이촌동·한강로(용산구 0.44%), 압구정·대치동(강남구 0.54%) 등 선호지역 위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지방의 경우 광주(-0.31%), 대구(-0.31%), 제주(-0.13%) 등 주요 광역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대구 달서구, 광주 서구, 제주시 등에서는 신규 입주 물량과 미분양 영향이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세시장도 유사한 흐름이다. 전국 전세가격지수는 보합(0.00%), 수도권은 0.14% 상승한 반면, 지방은 0.12% 하락했다. 서울에서는 강동구(0.31%), 동작구(0.22%) 등 주요 단지에서 상승세를 보였으나, 인천 연수구(-0.33%), 경기 광명시(-0.79%) 등 외곽이나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은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은 여전히 유효수요가 많은 선호지역 위주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방은 경기둔화와 공급 부담 등의 여파로 하락 압력이 커지는 구조”라며 “전세의 경우 월세화 전환 추세 속에서 지역별 온도차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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