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A씨는 최근 들어 부쩍 건조해지는 피부 관리를 위해 피부과를 찾았다. 피부를 촉촉하게 해주는 로션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병원에서 처방되는 로션은 1개당 9만원에 달하지만, ‘아토피’나 ‘접촉성 피부염’ 상병을 넣으면 비용의 90%를 실비 보험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환자가 실제 치료와 다른 명목으로 실손보험을 청구하는 등의 보험사기 의심 사례들이 감사원 감사에서 무더기로 확인됐다.
지난 14일 감사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건강·실손·자동차보험 등의 청구·지급 전수자료 10억 건을 1년 9개월에 걸쳐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의료기관은 건보공단에 공단부담금을 청구한다. 환자는 실손보험사에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비용을 청구하는 식으로 보험이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은 상병코드, 입원일수 등이 기재된 명세서를 청구서류로 심평원에 제출하고, 환자는 상병코드와 입원일수 등이 적힌 사고증명서를 실손보험사에 제출한다.
그런데 감사과정에서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청구정보 중 상병 등이 서로 다르거나, 실손보험만 청구하고 건강보험을 청구하지 않는 행태가 확인됐다.
감사원은 동일 진료에 대해 실손보험 청구 총 3억 1300건 중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청구서류가 1대 1 매칭되는 1억 1000건을 선별해 상병명 등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결과 상병 전체 일치는 53.5%였고, 상병 불일치는 46.5%에 달했다. 특히 청구된 모든 상병코드 중 일치항목이 없는 전체 불일치 비율은 31.9%였다.
일례로 실손보험에 가입할 때 암·당뇨 등 10대 질환자는 보험사에 사전고지해야 하는 데도 이를 숨긴 경우가 많았고, 건강보험에 10대 질환으로 청구했지만 실손보험에는 다른 상병으로 청구하면서 실손보험금 5232억여 원이 지급되기도 했다.
의료기관의 99.9%는 진료 후 2년 이내 공단부담금을 청구한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동일 진료 건에 대해 실손보험에는 청구됐으나 건강보험에는 미청구된 사례가 730만 건 발견됐다.
감사원은 실손보험 청구 건 대비 건강보험 미청구 비율이 높은 의료기관 7071개 중 1123개의 표본을 추출해 분석한 결과,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다양한 유형을 확인했다.
22개 성형외과는 주된 진료내용이 '비염' 치료였는데, 3개 성형외과의 실손보험 지급금액이 높은 상위 60명을 분석한 결과 모두 비염으로 진단받아 비밸브재건술(기능코 성형)을 시술받은 뒤 실손보험을 청구했다.
60명 중 42명은 시술 전 3년 이내에 비염 진료를 받은 내역도 없었다. 이런 행태는 미용 성형수술 비용을 실손보험에 전가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의심을 갖게 한다는 게 감사원 설명이다.
또한 187개 성형외과·일반의는 주된 진료내용이 근골격계통·손상·피부질환 상병치료로 나타났는데, 이중 5개 의원에서 실손보험 지급금액이 높은 상위 30명을 분석한 결과 모두 이같은 상병으로 진단 후 도수치료 등의 치료를 받은 것으로 실손보험을 청구했다.
감사원은 "성형외과 전문의 자문 의견에 따르면 도수치료는 성형외과의 통상적 진료가 아니고, 상당량의 도수치료를 하고도 건강보험을 미청구한 것은 의료기관이 다른 형태의 진료 후 그 비용을 실손보험에 부담시키기 위한 목적이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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