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서 공연했다는 이유로 통일부가 정부 행사에 가수 하림의 섭외를 철회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적 중립에 대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란 설명인데, 이 조치로 인해 오히려 더 큰 오해를 받을 위험에 처했다.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는 물론, 파면된 윤 전 대통령의 정부에서 추진하던 행사였다는 점에서 더 민감한 측면이 있다.
가수 하림(본명 최현우)은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가기관 주최행사에서 갑작스럽게 섭외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이유는 작년에 광장에서 노래를 했다는 것"이라고 썼다.
하림은 작년 말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문화제' 무대에서 공연했다. 그는 "남북 청소년 관련 행사라 낮은 개런티에도 불구하고 함께하기로 하고 이미 포스터까지 나온 일에 이런 식의 결정을 한 것은 또 다른 블랙리스트 같은 오해를 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위에서는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행사는 통일부가 '북한인권 공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달 28일 개최 예정인 '남북 청년 토크콘서트'인 것으로 파악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이에 대해 "실무진이 기획사와 행사안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출연자(하림)가 작년 말 대통령 퇴진 집회의 주요 공연자라는 걸 알게 됐다"며 "행사 예정 시기가 대선 기간이라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로 섭외를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다만 "부처 차원에서 배제 방침이나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림은 이날 올린 글에서 "아마 누군가가 알아서 눈치 보느라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면서도 "함께 공연한 동료들 역시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하진 않을까 걱정되어 글을 남겼다"고 썼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곧장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재현”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민주당 중앙선대위 K-문화강국위원회·문화예술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공기관이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가진 예술인에게 불이익을 줬다면 이는 명백한 헌법적 권리 침해”라고 밝혔다. 민주주의 사회의 표현의 자유를 정면 부정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위원회는 “하림 섭외 배제를 결정한 기관은 결정이 내려진 경위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포함한 정치적 배제 사례를 조사해 정권 교체 이후 신속히 시정할 수 있는 대응 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정책본부에 제안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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