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발표
미발표 원고 등 총 60편 실어
1956년 등단해 ‘농무’ ‘가난한 사랑 노래’ 등 굵직한 시집으로 한국 문학사에 발자취를 남긴 신경림(1935∼2024) 시인의 1주기를 맞아 유고시집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창비)가 출간된다. 생전 문예지 등에 소개된 시와 미발표 원고를 모아 총 60편을 실었다.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지난해 5월22일 타계한 신경림 시인은 병상에서도 창작에 힘썼다. 14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사옥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시인의 아들 병규씨는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글 쓰고 싶다’는 말씀을 반복해 하셨다”며 “투병 중 시를 구상하며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셔서 가족들이 작업을 만류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평소 컴퓨터로 작업했던 시인이 남긴 파일들을 병규씨와 유족들이 샅샅이 찾아 출판사 창비에 전달했고, 시인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도종환 시인(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원고를 창비와 함께 분류해 시집으로 엮고 해설을 썼다.
삶의 막바지에서 시인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삶의 유한함을 긍정한다.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하늘을 훨훨 나는 솔개가 아름답고/ 꾸불텅꾸불텅 땅을 기는 굼벵이가 아름답다/ (…) /아직 살아 있어, 오직 살아 있어 아름답다/ 머지않아 가마득히 사라질 것이어서 더 아름답다/ 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부분)

도종환 시인은 “시들을 정리하면서 ‘한결같다’는 말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며 “거창한 것을 내세우거나 과장하거나 허세 부리지 않으며 작고 하찮은 것, 낮은 데 있는 것에 대한 한결같은 연민과 애정을 보내는 선생의 시 언어들은 초기 시집부터 이어진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창비는 유고시집과 함께 신경림 시인의 첫 시집이자 자사 시집 시리즈 ‘창비시선’ 1호인 ‘농무’(1975) 특별한정판을 출간한다. 이번 시집은 창비시선 ‘518호’다. 창비는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가 시인이 남기고 간 불꽃이라면, ‘농무’는 그가 평생 추구해온 시의 뿌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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