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영장에 반발 사법부 기능 마비
법정서 건물 난입·훼손·폭행 인정
20·30대 각각 징역1년6개월·1년
향후 재판 인원만 100여명 달해
증거능력 공방 치열… 장기화 전망
나머지 피고인 양형 기준 가능성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난동을 벌인 피고인들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이들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다. 100여명에 달하는 나머지 피고인들의 최소 양형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진성 판사는 14일 오전 특수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35)씨에게 징역 1년6개월, 소모(28)씨에게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김씨와 소씨는 혐의를 인정했지만, 증거 능력을 두고 다투는 대다수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김 판사는 “이 사건은 다중의 위력을 보인 범행이고, 범행 대상은 법원”이라며 “대한민국 사법부의 영장 발부 여부를 정치적 음모로 해석·규정하고 그에 대한 즉각적인 응징·보복을 이뤄야 한다는 집념이 이뤄낸 범행”이라고 판시했다.
김씨는 지난 1월19일 서부지법 외벽 타일을 깨트리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 소씨는 법원 로비에 침입해 창고 문을 손상시킨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두 사람 모두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문을 제출해 서부지법 난동 사태의 피고인 중 가장 먼저 선고가 이뤄졌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로 현재까지 96명(구속 95명·불구속 1명)이 재판 중이며, 불구속 송치된 50명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최종적으로 재판받게 될 인원은 100명이 넘을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선고 형량이 앞으로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최소 양형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혐의를 부인하거나 증거능력을 다투는 피고인들에게는 이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

재판은 수개월간 지연될 전망이다. 특히 피고인 수가 63명에 이르는 형사11부(재판장 김우현)에서는 증거 관련해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재판 초기부터 영상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았다. 특히 ‘해시값’을 두고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해시값은 디지털 증거의 동일성과 무결성을 입증하기 위한 일종의 ‘디지털 지문’으로, 파일이 조금이라도 변경되면 값이 완전히 달라진다.
대법원은 2018년 2월 판결에서 “수사기관이 법원에 유죄의 증거로 제출한 디지털 파일 사본이 원본 파일의 해시값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증거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디지털 증거는 쉽게 위변조될 수 있어 법원이 유죄 판단에 활용하려면 원본과의 동일성이 반드시 입증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 판례에 따라 형사재판에서 해시값 검증 절차는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필수 과정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형사합의11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경찰관이 법정에서 노트북을 사용해 영상 증거의 해시값을 추출해 제출된 증거물과 원본 간의 동일성을 증명한 이유다.
그러나 피고인 측은 법적으로 인정된 해시값 검증 절차를 넘어 ‘취득 이전 단계에서의 조작 가능성’까지 문제 삼으며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주장이 구체적 근거 없이 계속될 경우 재판 지연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변호인은 지난 9일 공판에서도 유튜브 생중계 영상 상단에 채널 이름이 들어간 점을 들어 “편집된 것”이라고 주장했고, 12일엔 법원 폐쇄회로(CC)TV 영상을 임의 제출한 직원이 관리자가 맞는지 검찰에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인은 “해시값 검증은 디지털 증거의 원본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최종적인 증거능력 판단은 법관의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이루어진다”며 “피고인 측의 ‘영상 조작’ 주장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넘어서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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