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에 ‘아브라함 협정’ 체결 요구
트럼프는 석유·가스 투자 요청 받아
이란 향해선 핵 협상 타결 재차 압박
사우디서 852조 규모 투자 유치 성과
이스라엘 방문 제외된 것 두고 뒷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후 첫 해외순방지인 중동에서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실리를 챙기는 동시에 ‘평화 중재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독재정권 붕괴 후 과도정부가 들어선 시리아와 외교 관계를 구축하고 이란에는 핵협상 타결을 촉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시작으로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를 잇달아 찾을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을 처음으로 만났다. 양국 정상 간 만남은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평화 협정을 중재하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하페즈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만난 지 25년 만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알샤라 임시 대통령에게 자신의 첫 임기 때 체결된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 합의)에 체결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슬람국가(IS) 재건 방지와 팔레스타인인을 포함한 시리아 내 모든 외국 테러리스트 추방 등도 촉구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미국 기업이 시리아의 석유·가스 분야에 투자해달라”고 말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미국 투자포럼에 참석해 연설을 통해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공식 선언했다.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지난해 말 붕괴하고 현재 과도정부가 들어선 시리아의 상황에 대해 “나는 시리아에 발전할 기회를 주기 위해 시리아에 대한 제재 중단을 명령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시리아 간 정상적 관계를 복구하기 위한 첫 조치를 이미 취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 당시인 2012년 시리아와 단교했고, 인권 침해 등의 이유로 시리아의 알아사드 독재정권을 제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럼에서 현재 미국과 협상 진행 중인 이란의 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나는 이란 지도자들의 과거 혼란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낫고 희망적인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하기 위해 오늘 여기에 있다”며 “나는 더 낫고 안정된 세상을 위해 과거의 충돌을 종식하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 지도부가 이 올리브 가지를 거부하고 이웃 국가를 계속 공격한다면 우리는 최대 압박을 가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로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행 중인 협상이 실패할 경우 군사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면서도 “여러분 시간에 맞춰서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 미국과 사우디는 ‘전략적 경제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했으며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미국에 6000억달러(약 85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빈 살만 왕세자는 킹 칼리드 국제공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영접했다. AP통신은 이번 중동 순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하는 세 나라는 트럼프그룹이 대형 부동산 사업을 진행 중인 국가라는 점을 짚었다.

순방 여정에 이스라엘이 빠진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중동 순방에서 제외된 것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미국 외교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하마스와의 직접 협상을 통해 가자지구에 인질로 억류됐던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자 에단 알렉산더를 석방시킨 것, 친(親)이란 예멘 후티 반군과의 휴전 협상에서 이스라엘이 소외된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포럼에서 “우리는 이 전쟁(가자지구 전쟁)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지역의 복잡한 이해관계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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