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던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야만두 오르시 우루과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깊은 슬픔과 함께 우리의 동지 페페 무히카의 서거를 알린다”며 “그는 대통령이자, 사회운동가, 안내자이자 지도자였다”고 추모했다. 지난해 4월 식도암 진단을 받은 무히카 전 대통령은 암세포가 간까지 전이된 상황에서 지난 1월 항암 치료를 포기했다. 그는 당시 우루과이 언론과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죽어가고 있다”며 “전사는 쉴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삶은 아름다운 여행이자 기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1935년 5월20일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났다. 1960∼1970년대 군사 독재에 맞서 ‘투파마로스’라고 부르는 좌파 무장 게릴라 단체에서 활동한 그는 민주 체제가 회복될 때까지 13년가량 수감생활을 했다. 사면 후 정계에 뛰어든 무히카 전 대통령은 좌파 성향 정당 국민참여운동(MPP)을 이끌며 국회의원과 축산농림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2009년 대선에서 결선 끝에 당선돼 이듬해부터 5년간 국정을 운영했다. 그는 우루과이 경제 발전과 국민 삶의 질 개선이 시급하다며 대통령 월급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특히 관저가 아닌 몬테비데오 교외의 텃밭이 딸린 작은 집에서 생활하며 관용차 대신 1987년형 하늘색 폴크스바겐 비틀 차량을 직접 몰고 출퇴근하는 검소한 모습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국민들은 서민적인 대통령의 모습에 그를 ‘할아버지’라는 뜻의 스페인어 ‘페페’라고 불렀다.
또 무히카 전 대통령은 재임 동안 사회·경제적 혁신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공지출을 늘려 13%의 실업률을 7%로, 40%의 빈곤률을 11%로 낮췄다. 퇴임 무렵 지지율은 64%였다. 다만, 가톨릭 전통을 고수하던 나라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가 하면, 우루과이를 세계 최초로 기호용(오락용) 마리화나 완전 합법화 국가로 만들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대통령 퇴임 후 상원에서 정치 활동을 이어가다 2020년 의원직 사퇴와 함께 정계를 떠났다.
그는 특유의 시적인 표현으로 인상적인 어록을 남기며 대중을 사로잡는 정치인이었다. “삶에는 가격 라벨이 붙어 있지 않으니 나는 가난하지 않다”, “권력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하며, 단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뿐” 등은 무히카 전 대통령이 남긴 대표적인 발언들이다.
현지 일간 엘옵세르바도르는 무히카 전 대통령을 ‘세계의 끝에서 등장한 설교자’라고 표현하며 “무히카 행정부에 대한 국내 평가는 다소 엇갈리지만, 고인의 반소비주의적 수사와 소박한 생활은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으며 우루과이 정치인으로선 드물게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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