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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인데 38년을 감옥에 살았다”…영국 최악의 사법 오류

입력 : 2025-05-14 08:13:44 수정 : 2025-05-14 08: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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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된 체액서 다른 DNA 검출…법원, 1987년 유죄 판결 38년 만에 뒤집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38년 넘게 감옥에 갇혀 있던 남성이 새로운 DNA 검사 결과에 따라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영국 역사상 사법 오류로 가장 오랜 기간 복역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BBC와 더타임스에 따르면, 런던 항소법원은 이날 피터 설리번(68)에 대한 1987년 유죄 판결을 공식 취소했다. 설리번은 1986년 잉글랜드 머지사이드에서 21세 여성 다이앤 신달을 성폭행·살해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해 왔다.

 

그가 교도소에서 보낸 시간은 38년 7개월 21일. 설리번은 이날 교도소에서 화상으로 심리에 출석해 무죄 선고를 듣고는 입을 가린 채 눈물을 흘렸다.

 

설리번은 성명을 통해 “내게 일어난 일은 명백한 잘못이었다”면서도 “그 모든 일은 결국 한 여성의 비극적 죽음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화도 나지 않고, 슬프지도 않다. 지금은 남은 인생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살 수 있을지 걱정될 뿐”이라며, 성경 구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를 인용했다.

 

이번 사건의 반전은 기술의 발전에서 비롯됐다. 당시 현장에서 수거돼 보존된 체액을 최신 DNA 기술로 재분석한 결과, 설리번이 아닌 제3의 인물일 가능성이 제기됐고 범죄사건재검토위원회(CCRC)는 지난해 이 사건을 다시 법원에 넘겼다.

 

법원은 “체액이 다른 행위에서 비롯됐거나, 두 명 이상의 범행이었다는 정황은 없다”며 “새로운 증거를 받아들이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당초 설리번이 유죄 판결을 받은 근거는 취약했다. 피해자의 옷이 불에 타 발견된 이튿날, 그가 인근 수풀에서 나오는 장면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과 오락가락하는 진술, 그리고 자백이었다.

 

하지만 설리번 측은 그가 학습장애가 있고, 조사 당시 변호사나 보호자 없이 진술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해 왔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설리번은 유죄 선고 이후에도 줄곧 무죄를 주장했고, 2008년에도 재심을 요청했지만 기각됐다. 그러다 2021년, 당시 보관된 증거로 DNA 분석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결국 2024년 재심 개시, 2025년 5월 무죄 확정으로 이어졌다.

 

영국 언론들은 이번 사례를 “기술의 진보가 뒤늦게 정의를 구했다”면서 사법 시스템이 얼마나 오랜 시간 한 사람의 삶을 뒤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보도하고 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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