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80주년 행사에 북한 대표로 대사급 인사가 참석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스크바행이 여의치 않다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한국의 국회의장격)과 같은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대신 자리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낮은 급의 인사가 참석하는 것이다.
유리 우샤코프 크레믈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전승절 행사에 북한의 경우 대사급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홍철 주러 북한 대사의 참석이 유력해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방북 당시 김 위원장을 모스크바로 초대한 가운데, 당초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김 위원장이 답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김 위원장의 불참 배경으로는 이번 전승절 행사에 29개국 정상과 사절들이 찾는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최고지도자가 여러 국가 정상들 가운데 섞여 ‘원 오브 뎀’으로 비치는 다자외교 무대는 ‘수령체제’인 북한의 통치스타일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다자외교 경험은 김일성 주석 당시 7차례가 전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에서 모스크바까지 곧바로 이동할 수 있는 김 위원장 전용기가 북한에 없다는 점도 전승절 참석을 주저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푸틴 대통령 역시 김 위원장의 참석이 외국 정상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외빈이 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 위원장이 대면하면 불편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북·러 밀착 이후 이상 기류를 보였던 북·중 관계는 여전히 개운하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사실을 공식화하며 북·러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한 만큼 양국이 전승절에서 굳이 이를 부각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향후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더욱 밀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는 방안을 택했을 것이란 시각이다.
앞서 3월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김 위원장의 연내 러시아 방문이 준비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고, 우샤코프 보좌관 역시 “조만간 알게 될 또 다른 ‘흥미로운 만남’이 있을 것”이라며 별도의 북러 접촉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르면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 1주년과 6·25전쟁 발발 75주년이 몰려있는 내달 양국 정상이 러시아에서 만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도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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