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제 개인 화기로 무장한 북한군 10여명이 강원도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했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MDL을 침범하기 전부터 감시장비 등으로 이들의 동선을 추적하고, MDL을 넘자마자 경고 방송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계속 남쪽으로 내려왔고, 군 당국의 경고 사격이 이뤄진 이후에야 북으로 돌아갔다. 늘 있는 일이 아니다. 북한군이 총기를 소지하고 방탄복까지 착용한 것으로 미뤄 우리 군 경계 상황을 떠보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평소 북한군이 도로 작업이나 불모지 개간을 하던 곳도 아니라는 점에서도 의심은 커진다.
북한은 지난해 10월과 올 1~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만4000여명의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했다. 그 사이 MDL에서의 북한군 도발은 전무했다. 온통 러시아 파병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 남한 내에선 계엄 사태까지 빚어졌으니 굳이 도발 카드를 빼 들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개입으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북한의 시선이 다시 남으로 향할 수 있고, 어떤 형태로든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하다. 군이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주한미군 방공무기들이 대거 중동 지역으로 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패트리엇 PAC-3와 사드(THAAD) 시스템의 요격 미사일로 추정됐다. 한·미 연합군의 최정예 전력으로, 자칫 대공방어망에 심각한 누수가 생기지나 않을지 우려스럽다. 미·중 갈등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주한미군 감축 내지는 역외 차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미 국방부의 ‘잠정 국가 방어 전략지침’에서도 언급됐다. 우리 스스로 북한 핵과 재래식 무기 위협에 맞서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에는 경기 수원의 공군기지 인근에서 우리 전투기 이착륙을 무단 촬영하던 10대 중국인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오산 미 공군기지와 청주 공군기지도 몰래 촬영했다고 한다. 사실상 한·미 핵심 공중 전력의 운용 상황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한 것이다. 관련법이 국회에 계류돼 이러한 간첩 행위를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는 하나, 군 스스로 경계에 허점을 드러내선 안 될 것이다. 권력 공백기에 이어 교체기로 접어드는 작금의 안보 상황은 엄중하다. 경계에 무뎌진 군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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