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미·러 ‘우크라 부분휴전’ 합의… 러 ‘영토 확장’ 시간 벌어줬다

입력 : 2025-03-19 19:58:21 수정 : 2025-03-19 21:50:53

인쇄 메일 url 공유 - +

국제사회 ‘무늬만 휴전’ 비판 속… 종전협상 시동

트럼프·푸틴 90여분 통화 뒤 발표
젤렌스키 “푸틴, 사실상 휴전 거부”
러 ‘美 군사지원 중단’ 무리한 요구
속내는 쿠르스크 탈환·점령지 확대

美 측 요구한 ‘전면 휴전’ 못했지만
‘평화의 중재자役 유지’ 실리 챙겨
트럼프 “미·러 관계개선은 큰 이익”
경협 넘어 대이란·중국 견제 어필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년 넘게 지속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에너지·인프라 시설에 대한 상호 공격을 30일간 중단하는 부분 휴전안에 합의하며 종전 협상에 시동을 걸었다. 우크라이나의 열세가 짙은 상황에서 러시아가 영토 확장을 위해 공세를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러시아에 훨씬 유리한 합의라는 평가가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전면 휴전안을 거부했다며 반발하는 등 미국과 러시아 정상 간 합의가 ‘무늬만 휴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 백악관은 18일(현지시간) 1시간30분 이상 진행된 양 정상의 통화 결과를 설명한 자료에서 “두 정상은 평화를 향한 움직임이 에너지와 인프라 휴전으로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또 “흑해에서의 해상 휴전 실행을 위한 기술적 협상을 진행하며 궁극적으로 전면적 휴전과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는 데 동의했다”며 “이 협상은 즉시 중동에서 시작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뒤 트루스소셜에서 “매우 좋았고 생산적이었다”고 밝혔다. 미·러는 고위급 간 후속 휴전 논의를 23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이어가기로 했다.

사진=AFP연합뉴스

러시아 크레믈궁에 따르면 양국 정상 간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은 전면 휴전의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정보 제공의 완전 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러시아 재침공을 우려하는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강력 반대하는 사안으로 미국이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요구다.

 

그 결과 양국 고위급 간 논의가 오간 30일 전면 휴전은 에너지·인프라 분야 휴전으로 대폭 축소됐다. 러시아는 겨울 추위를 무기로 이용한다는 차원에서 늦가을과 겨울에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 타격해왔는데 겨울이 끝난 현재로선 에너지·인프라 분야 휴전은 전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기습 점령한 쿠르스크 탈환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러시아는 점령지 굳히기에도 주력하고 있는데 종전협상이 이뤄지면 그대로 국경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인프라 분야로 한정된 휴전 합의로 러시아가 시간을 벌게 된 것이다. 이날 미국이 휴전 대상을 ‘에너지와 인프라’로 언급한 반면 러시아는 ‘에너지 인프라’로 언급해 논란의 불씨로 남을 수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당초 제시했던 30일 전면 휴전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잃은 것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종전 협상안의 불씨를 살리며 ‘평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이어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이란이 이스라엘을 파괴할 수 있는 위치에 절대 놓여서는 안 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밝혔는데 이란과 전략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를 통해 미국이 대이란 견제의 지렛대를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백악관은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이 엄청난 경제적 이익과 지정학적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강조점이 광물 개발, 에너지 협력 등 경제적 측면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나친 밀착을 방지함으로써 중국 견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백악관 회담에서 ‘노딜 파국’을 겪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지 입장을 밝혔다가 러시아의 공격이 지속되자 반발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국 정상 통화 뒤 러시아가 밤새 드론 40여대를 발사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글을 올려 “오늘 푸틴은 사실상 전면 휴전 제안을 거부했다”며 “전쟁을 질질 끌려는 푸틴의 시도에 맞서 세계는 이를 거부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회담에 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앞으로 영토를 놓고 경쟁하는 동안 우크라이나 민간인과 도시 항구 등에 대한 공격이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피비린내 나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은 그대로 살상지대로 남고 드론과 미사일 폭격도 우크라이나 전역에 계속 쏟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은 안보 강화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바이 유러피언’ 전략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재무장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전선으로 러시아와 인접한 폴란드와 발트해 연안 3개국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이유로 대인지뢰 금지협약을 탈퇴하겠다고 예고했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전략무기 확산을 중단시킬 필요성을 논의했으며 가능한 한 광범위하게 이를 적용하기 위해 다른 국가와 협력하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냉전 당시부터 군축 논의를 하던 양국은 2010년 신(新)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을 체결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뒤 러시아가 미국의 대러 제재에 대한 대응으로 참여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뉴스타트는 예정대로라면 내년 2월 종료돼 핵무기 최대 보유국인 두 국가 간 핵보유를 규제할 어떤 협정도 남지 않게 된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있지 유나 '완벽한 미모'
  • 있지 유나 '완벽한 미모'
  • 있지 예지 '매력적인 미소'
  • 예쁜하트와 미소, 박규영
  • 조유리, '사랑스러운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