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네마 천국’ 촬영 무대 시칠리아 체팔루/아름다운 해변·바위산 어우러지는 파라다이스/화려한 금박 모자이크 새긴 체팔루·몬레알레·팔레르모 대성당은 유네스코 문화유산/팔레르모 마시모극장 계단서 영화 ‘대부3’ 마지막 장면 촬영/콰트로 칸티 등 볼거리 풍성/하얀 요트 정박한 라 칼라 항구는 그림엽서

산자락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지는 늦은 오후. 바람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부둣가 벤치에 앉는다. 끝없이 펼쳐지는 파스텔톤 푸른 티레니아해. 그 바다를 지그시 내려다보는 신비한 절벽. 그리고 부드럽게 깔린 모래사장에 잔잔히 밀려 왔다 사라지는 파도 소리까지. 상상한 것보다 더 완벽하다. 영화 ‘시네마 천국’의 무대 시칠리아 체팔루 해변. 엔니오 모리꼬네의 아름다운 선율 ‘러브 테마’를 크게 들으며 어린 토토가 어디선가 달려와 알프레도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상상한다.


◆토토의 고향 체팔루
토토와 알프레도의 아름다운 우정이 진한 감동을 담기는 ‘시네마 천국’의 촬영지 체팔루를 찾는 여행자들은 보통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주도 팔레르모에 숙소를 잡는다. 버스나 승용차로 한시간 거리여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기 때문이다. 체팔루는 아주 작은 마을이라 반나절이면 둘러볼 수 있다. 다만, 마을 뒤에 우뚝 선 바위산 로카 디 체팔루 정상까지 트레킹하려면 왕복 3시간이 더 필요하다.



체팔루 시내 가리발디 광장의 고색창연한 알베르고 바란코 호텔 오른쪽 골목 스칼리나타 피오레(Scalinata Fiore)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꽃의 계단’이란 이름처름 예쁜 도자기 화분이 좁은 오르막길에 줄지어 놓인 풍경은 화보가 따로 없다. 창문 밖으로 내걸린 빨래마저 그림엽서처럼 만들어 버리는 마법을 부린다. 골목을 끝까지 오르면 바위산 로카 디 체팔루로 입장하는 매표소가 등장한다. 그런데 너무 늦었다. 겨울에는 오후 4시까지만 입장할 수 있단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젤라또 하나 입에 물고 체팔루 대성당으로 향한다.


대성당으로 이어지는 메인도로 루게로 거리에는 여행자들에게 인기 높은 아란치니 맛집 스프리골라 체팔루(Sfrigola Cefalu)가 있다. 인기있는 이유가 있다. 주문을 하면 바로 즉석에서 만들어 준다. 고기를 넣은 카르네(Carne), 버터를 넣은 부로(Burro), 4가지 치즈를 넣은 4 포르마지(Formaggi), 시금치를 넣은 스파나치(Spinaci), 끝이 뾰족한 산모양으로 만들어 토마토 소스와 고기 등으로 속을 채우는 몬타뇰라(Montagnola) 등 종류도 다양해 입맛대로 골라 먹으면 된다. 4 포르마지를 주문했다. 촉촉하면서 고소한 치즈향이 입 안 가득 번져 미소가 저절로 나온다. 양도 많아 여행길에 배가 출출할 때 간식으로 딱 좋다. 아란치니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오렌지’란 뜻. 모양이 오렌지처럼 동글동글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우리나라 주먹밥과 비슷한데, 쌀밥 안에 다양한 재료를 넣은 뒤 튀긴 요리다.


속을 따뜻하게 채우고 12세기 세운 체팔루 대성당 계단을 오른다. 노르만, 아랍, 비잔틴 양식이 혼합된 건물로 팔레르모 대성당, 몬레알레 대성당과 함께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됐다. 웅장한 두 개의 큰 탑이 돋보이는 대성당안으로 들어서자 중앙 제단 뒷벽을 모두 채운 거대한 그리스도 판토크라토르 금박 모자이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1145년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모자이크는 콘스탄티노플의 비잔틴 장인들 만든 것으로 정교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대성당을 나와 내리막길을 따라가면 작은 돌문 포르타 페스카라를 만난다. 체팔루를 성벽으로 에워 쌓던 시절 문 4개가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만 남아 역사를 전한다. 페스카라를 통과하면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진다. 이곳 방파제 몰로 디 체팔루가 바로 시네마 천국에 나온 곳이다. 영화속 마을 지안칼도의 배경은 팔레르모에서 남쪽으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팔라초 아드리아노이지만 부둣가에서 영화 ‘율리시스’를 야외 상영하던중 갑자기 비가 쏟아질때 청년 토토가 첫사랑 엘레나와 입맞춤하는 장면을 이곳에 찍었다. 토토가 유명한 영화감독이 된 뒤 고향에 돌아와 엘레나를 다시 만난 장면에도 등장한다. 몰로 디 체팔루는 저녁노을 명소. 서둘러 벤치 좋은 자리 하나 차지하고 앉아 바다를 본다. 뉘엿뉘엿 떨어지는 해가 티레니아해를 붉게 물들며 고요한 시간으로 이끄니 연인들은 마치 청년 토토와 엘레나가 된 듯 포옹하며 사랑의 언어를 속삭인다.



◆몬레알레 대성당 올라 체팔루를 보다
팔레르모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몬레알레 대성당에선 체팔루 대성당보다 훨씬 크고 화려한 금박 모자이크를 만난다. 노르만 왕조가 시칠리아를 지배하던 시절인 1174~1189년 시칠리아의 왕 윌리엄2세가 그리스·로마시대 기둥, 비잔틴 모자이크, 아랍식 아치를 혼합해 화려한 금박으로 완성한 걸작으로 켜켜이 쌓인 시칠리아 문화의 지층을 잘 보여준다. 몬레알레(Monreale)는 ‘왕의 산’이란 뜻으로 산꼭대기에 대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재미있는 얘기가 전해진다. 윌리엄 2세가 숲에서 사냥을 하다 나무아래서 잠들었는데 꿈에 나타난 성모 마리아가 나타나 나무가 있는 곳에 대성당을 지으라고 지시했다. 이에 윌리엄2세가 나무 아래를 파내자 금화가 쏟아져 나와 이를 대성당 건축자금으로 쓸 수 있었단다.



몬레알레 대성당은 루프탑에 꼭 올라가봐야 한다. 사람 하나 겨우 지나는 좁은 계단을 한참 올라 지붕으로 올라서자 감춰져 있던 대성당 내부의 아름다운 정원과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광장, 몬레알레 마을, 체팔루 시내, 바다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멋진 풍경에 탄성이 쏟아진다. 정원 출입구는 따로 있다. 대성당 정문으로 나가 왼쪽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광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정원 출입구가 보인다. 정원으로 들어서면 몬레알레 산과 대성당 건물이 어우러지는 멋진 풍경을 만난다. 특히 대성당 내부와 마찬가지로 기둥에 금박 모자이크를 새긴 화려한 회랑 기둥이 인상적이다.


정원을 나서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쉬어라가는 뜻인가 보다. 광장 카페 젤라테리아 미르토 로사리오(Gelateria Mirto Rosario)로 달려 들어가 따뜻한 쵸콜레타를 주문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광장의 아름다운 트리톤(Triton) 분수를 보며 따뜻한 쵸콜레타 한 모금 마시자 여행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렌터카를 이용할 경우 몬레알레 주차장(Monreale Parcheggio Torres)에 주차하고 10여분 걸어 올라가면 된다. 아기자기한 소품샵들이 있어 걷는 재미가 크다.


◆대부3로 유명한 마시모극장
몬레알레 골목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팔레르모로 돌아오니 어둠이 깔린다. 이탈리아에 왔으니 맛있는 파스타를 놓칠 수 없다. 팔레르모 구시가지 북부 메인도로 리베르타의 현지인 맛집 치오스코.쿠치나 앤 드링크(Chiosco. Cucina & Drink)를 찾았다. 직원에게 새우튀김과 새우파스타 1인분을 주문하면서 파스타를 둘이서 나눠먹겠다 밝히자 친절하게도 두 접시로 나눠서 내온다. 그냥 2인분 양이다. 시칠리아의 넉넉한 인심에 음식을 먹지도 않았는데 배가 부르다. 곁들인 와인은 에트나 화산이 고향인 레드 품종 네렐로 마스칼레제로 만든 샴페인 방식 스파클링 와인 토르나토레 발데모네 브뤼(Tornatore Valdemone Brut). 풍성한 과일향과 효모향, 생기발랄한 산도가 살짝 느끼하면서 바다향이 가득한 파스타와 환상적으로 어울려 미소가 입꼬리에 걸린다. 가격도 아주 착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페니키아, 로마, 아랍, 노르만의 지배를 받으며 교역의 중심으로 발달한 팔레르모는 30~40분 거리에 주요 명소가 몰려 있어서 걸어서 여행하기 아주 좋은 곳이다. 루게로 세티모 광장을 지나 남쪽으로 걸어 내려가면 쥬세페 베르디 광장을 만난다. 버스킹하는 여가수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져 이국적인 매력을 더한다. 광장 맞은편 건물은 마시모 극장. 밀라노 라 스칼라, 로마 오페라 극장과 함께 이탈리아 3대 극장으로 꼽히며 시칠리아가 이탈리아에 통합된 것을 기념해 1875~1897년 건축됐다. 마시모 극장은 영화 ‘대부3’ 덕분에 유명해졌다. 마지막 장면에서 마이클 코를레오네(알파치노)가 사랑하는 딸을 잃고 오열하는 장면이 마시모극장 계단에서 촬영됐다.




베르디 광장에서 마퀘다 거리를 따라 남쪽으로 향하다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거리와 만나는 네거리가 유명한 콰트로 칸티. 시내를 투어하는 귀여운 꼬마 열차가 덕분에 활기가 넘친다. 4개 건물 모통이를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꾸며져 인기가 높다. 1층 조각은 사계절 여신, 2층은 시칠리아를 지배한 스페인 왕, 3층의 수호성녀로 꾸몄다. 콰트로 칸티에서 서쪽으로 가면 팔레르모 대성당, 노르만 궁전, 무어인의 얼굴이 조각된 포르타 누오바를 둘러 볼 수 있다.



콰트로 칸티에서 비토리오 엠마누엘 동쪽 길로 들어서면 화려한 조각상들이 서 있는 프레토리아 분수를 만난다. 원래 1544년 피렌체에서 프란체스코 카밀리아니가 제작했으며 1574년 팔레르모로 옮겨졌다. 분수 조각상 주인공은 그리스·로마 신화의 인물들인데 모두 옷을 벗고 있어 당시 팔레르모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에 ‘수치의 분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길을 끝까지 걸으면 팔레르모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항구 라 칼라와 살루테 공원이 기다린다. 아기자기한 항구에 멋진 요트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고 그 뒤로 독특한 모양의 펠레그리노산이 우뚝 솟아 이국적인 풍경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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