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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젤렌스키 정상회담서 얼굴 붉히며 공개 설전...정상회담 '노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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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01 14:40:25 수정 : 2025-03-01 14: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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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쟁 종전을 위한 협상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면서 충돌했다. 결국 정상회담이 예정됐던 광물협정 체결조차 하지 못한 채 ‘노딜’로 끝나면서 국제정세는 또다시 한 치 앞도 모르는 안개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왼쪽)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에 나선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정상은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충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협정 체결시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한 안전 보장 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협정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협상에서 빠지겠다고 위협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양국 정상이 얼굴을 붉히면서 고성을 지르는 등의 모습이 방송 카메라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됐다.

 

덕담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일반적 의견, 이날 체결될 광물협정 등에 대한 견해 등 평이하게 진행되던 회담이 적대적으로 바뀐 것은 회담 시작 뒤 40분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후 안전보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상반된 견해가 노출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은 25번이나 자신의 서명을 어겼다”라면서 “단순한 휴전 협상은 수용할 수 없다. 안전보장이 없으면 그것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4년 러시아가 자국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체결된 협정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이 2022년 전면전을 일으켰다는 점을 재차 지적한 뒤 “우리는 휴전 협정에서 서명했고 모두 우리에게 ‘그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협정을 어겼다”면서 “그는 우리 국민을 죽였으며 사람들이 계속 죽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은) 멋진 바다(대서양)가 있어서 아직은 (러시아의 위협을) 느끼지 못하지만, 미래에 느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느낄지에 대해 말하지 말라”라고 발끈한 뒤 “당신은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 당신은 스스로 그렇게 나쁜 위치에 있게 만들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신은 수백만 명과 3차 세계 대전을 놓고 도박하고 있다”라면서 “당신 나라에는 큰 문제가 있으며 당신은 이기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타국 정상을 상대로 사실상 ‘면박’을 주는 행동을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보 지원을 거론하면서 “만약 미국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2주 만에 졌을 것”이라면서 “당신은 감사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우리가 없으면 당신에게는 (전쟁을 끝낼) 아무 카드도 없다. 합의하거나 아니면 우리는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 과정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무례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배석한 J D 밴스 부통령도 “백악관에 와서 미국 언론을 앞에 두고 그 문제를 논쟁하려고 하는 것은 무례하다”라면서 “당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결국 회담은 파국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충돌 이후 회담 일정을 조기 종료시켰으며 이에 따라 오찬을 겸한 후속 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은 물론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삼으려 했던 광물협정 서명도 불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젤렌스키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안 돼 있다”라면서 “그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됐을 때 다시 올 수 있다”라고 썼다. 

 

광물협정을 연결고리로 미국의 지원을 확보하려고 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빈손으로 백악관을 나왔다. 굳은 표정으로 언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던 그는 이후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회, 미국 국민에 사의를 표시한 뒤 “우크라이나는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가 필요하다”라면서 “우리는 정확히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계인 앞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둔하며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립한 모양새였던 이번 정상회담의 파국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사실상 제외하고 푸틴 대통령과 협상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다. 

 

일단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충돌이 푸틴 대통령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평가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준동맹국은 물론이고 적대국에 대해서도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심하게 방문국 지도자를 비난한 미국 대통령은 없었다”고 평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은 미국 국민의 이익을 옹호했다”라면서 “그들은 결코 미국 국민이 이용당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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