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족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이 결국 무산됐다.
충북도의회는 24일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제천시 하소동 화재사고 사망자 지원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조례안이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중 찬성표가 과반을 넘어야하는데, 이날 본회의 표결 결과, 재적의원 35명 가운데 찬성 16명, 반대 2명, 기권 17명이었다.
표결에 앞서 이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김호경(제천2) 의원은 “오늘의 선택은 유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길이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조례안이 통과돼 이제는 유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가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길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일부 의원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동우(청주1) 의원은 “유족들의 아픔은 깊이 공감하지만 자치법규 제정에 있어서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 조례가 제정되면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하고도 위로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는 근거가 될 수 있고, 정책적 판단으로 특정집단에 특혜를 주는 등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표결 끝에 이 조례안이 최종 폐기되면서 제천 화재 참사 유족 지원을 위한 제도적 근거 마련은 요원해졌다.
특정 의원이 내용을 달리해 재차 대표 발의하거나 집행부 또는 주민 발의를 통해 조례를 재차 추진할 수 있지만 준비 작업이 복잡하고 의원 간 이견이 여전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해 2월 제천 참사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 김호경 의원이 대표 발의자로 나서면서 조례 제정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김 의원 외에 여야 의원 21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으나 상임위에서 형평성 등을 이유로 부결 결정을 내리자 ‘셀프 부결’ 논란이 일었다.
민동일 제천참사 유가족 공동대표는 “유가족들을 두 번이나 울렸다”며 “조례안에 동의해 놓고 정작 그에 반하는 투표를 한다는 것은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오송참사시민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어 “재난 피해자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배려는 기대도 안 했지만, 일말의 약속에 대한 책임도 없고, 대안도 없는 도의회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재난 앞에 전례가 필요하고 재난 피해자에게 어떤 형평성을 적용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제천 화재 참사는 2017년 12월 21일 제천시 하소동의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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