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전쟁 수행 능력 폄훼하기도
도널드 트럼프 신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를 겨냥해 신속히 평화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는 당선인 시절 “취임 후 6개월 안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20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수도 워싱턴의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치고 백악관 집무실로 복귀하기 전 잠시 기자들과 만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트럼프는 “그(푸틴)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deal)을 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러시아를 파괴하고 있다(destroying Russia)”고 말했다. 러시아가 평화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커다란 곤경(big trouble)에 처할 것”이라고도 했다.

AFP는 그간 푸틴에게 공공연하게 존경심을 표하거나 푸틴과 사이가 아주 좋다는 점을 수시로 강조해 온 트럼프의 푸틴 비판은 몹시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또 푸틴을 지목해 “하는 일이 잘 안돼서 도저히 기뻐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푸틴은 나름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나 1주일 정도면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이 벌써 3년이나 지속되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2022년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 러시아 국내는 물론 서방 주요국에서도 ‘우크라이나가 사흘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트럼프의 말은 ‘러시아군의 전쟁 수행 능력이 형편없다는 점을 푸틴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협상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가 참모진에 푸틴과의 정상회담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트럼프 본인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두 정상이 직접 만나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 방안을 놓고 의논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푸틴은 이날 트럼프의 취임을 축하하며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과 관련해 미국 새 행정부와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러 정상의 직접 접촉이 필요하다는 점, 미국 중심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의 정면 충돌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접근법을 지지한다고도 했다.
다만 평화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가혹한 방안을 고수하는 점은 여전히 거대한 장애물로 남아 있다. 앞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측에 개전 후 러시아군이 점령한 땅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할 것과 나토 가입을 포기할 것 등을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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