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하야는 막자’ 공감대 형성
조경태 “탈당 반대 70%… 黨 심각”
안철수 “尹 책임지고 물러나야”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의 후폭풍이 거세게 일며 국민의힘은 4일 혼돈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여당에선 이날 정국 후속 대응책과 관련해 윤 대통령 탈당 요구, 하야 촉구, 탄핵론 등 다양한 수위의 주장이 나왔다.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가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의원 간 찬반 논쟁도 벌어지면서 난국을 타개할 뾰족한 방안은 도출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4시간 가까이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윤 대통령 계엄 선포 및 해제 사태의 후속 대응책을 논의했다. 의총은 특정 의제를 정하지 않은 난상토론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내각 총사퇴와 김용현 국방부 장관 해임에 대해선 대다수 의원이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윤 대통령 탈당 요구를 두고는 친윤계와 친한계 간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윤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는 게 대통령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국민들에게 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상 윤 대통령 책임론이 거론된 반면 “대통령 탈당 순간 여당도 아닌 소수당이 돼 탄핵 정국 등에서 대통령을 지킬 명분이 사라진다”는 윤 대통령 옹위론도 제기됐다. 친윤계 중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죽일 놈이 됐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의원 대다수는 “대통령 탈당의 파장이 크기 때문에 더 많은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 “대통령의 뜻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한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신중론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계인 조경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의원 중 70%가 윤 대통령의 탈당을 반대하는 분위기”라며 “당이 상당히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각 총사퇴에 대해서도 야당이 인사청문회에 협조하지 않을 게 분명한 상황에서 총사퇴는 사실상 대통령 하야와 다름없으므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고 한다.
일부 의원들은 개헌과 하야을 언급하기도 했다. 친한계 우재준 의원은 2004년 탄핵소추안이 의결됐지만,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청구 사건을 기각한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를 언급하며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단단해지니 임기 단축 개헌이라도 받아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욱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탄핵에 대한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안철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질서 있게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의총에서 대다수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과 하야는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차기 대권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잡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의총에서 “우리가 대통령을 너무 외롭게 했다”, “소속 의원 108명이 흩어지지 말고 계속 같이 가자”는 등의 발언도 있었다고 전해졌다.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이날 새벽에 이뤄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불참한 것을 두고 친한계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한 친한계 의원은 “많이 섭섭했다. 다들 어디 계셨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추 원내대표는 의총 시작에 앞서 “내 거취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안다. 관련해서는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