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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으로 비만 진단에 사용하는 지표 중 하나가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다. BMI는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1.78m-80㎏ 또는 1.63m-67㎏이면 BMI 25다. BMI가 높을수록 고협압·고지혈증 같은 비만 관련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위원회 분류를 대한비만학회가 받아들이면서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정했다. 아시아인은 체중이 적게 나가도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잘 걸린다고 해서 비만 기준을 다소 낮게 정한 것이다.

WHO는 현재 BMI 30부터 비만으로 규정한다. 그렇지만 세계 각국은 사망 위험과 질병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비만 기준을 정하고 있다. 미국은 WHO 기준에 따르고 있다. 중국은 2002년 일찌감치 기준을 BMI 28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은 2014년부터 남성은 BMI 27.7 이상, 여성은 26.1 이상일 때 비만으로 간주한다. 이런 추세라 국내 비만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은 수년 전부터 이어졌다. 의학적 비만으로 볼 수 없는 정상 체형인데도 ‘뚱뚱하다’는 인식을 갖게 해서다.

건강보험연구원이 그제 “한국인 체형, 식습관 등이 서구화된 점을 고려할 때 비만 기준을 BMI 25에서 27로 상향 조정하는 게 적절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준이 바뀔 경우 키 175㎝인 성인 남성의 경우 몸무게 82.7㎏ 이상, 162㎝인 성인 여성의 경우 70.9㎏ 이상이어야 비만이 된다. 현재 기준보다 남성은 6㎏, 여성은 5㎏ 정도 체중이 더 나가야 비만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한국인 비만율이 36.7%에서 19.1%로 뚝 떨어진다. 남성들은 물론이고 특히 여성들이 환호하지 않을까 싶다.

비만 인구는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처음으로 수입된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의료계는 비만 기준 완화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우려한다.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고, 예방이 중요해서다. 현실에 맞게 비만 기준을 조정하더라도 비만에 대한 경각심까지 무뎌져선 곤란하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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