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때문에 나갈 수 없어. 못 버틸 것 같아.”
22일 경기 부천시 한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김모(28)씨는 불이 난 직후인 오후 7시42분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화장실로 피했던 김씨에게 아버지는 ‘물을 틀고 있어야 한다’며 대처법도 말했지만 연기는 금세 방을 뒤덮었고 김씨는 “숨을 못 쉴 거 같다”며 “내 몫까지 잘 살아달라”고 마지막 말을 전했다고 한다.

김씨는 부천 호텔 7층 객실 화장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김씨 빈소는 23일 부천시 부천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미술을 공부하던 딸의 황망한 부음에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사고 전날인 21일은 김씨 아버지 생일이어서 축하 메시지도 보냈던 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유족들은 불이 시작된 810호가 있던 7층 객실에 빠르게 진입하지 못한 소방 당국의 대응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 어머니는 “소방이 8층부터 빠르게 갔다면 화장실로 피한 딸을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빈소가 차려진 뒤 유족과 친지들만 있던 곳에 조문객들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김씨 휴대폰이 화재로 타버린 탓에 지인들 번호를 알 수 없었는데 오후 3시가 넘자 기사를 보고 친구가 찾아오기도 했다.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그런 사고가 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너무 안타깝다”고 슬퍼했다.

이번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사망자 대부분은 오후 5시 기준 장례 절차를 시작하지 못했다. 부천성모병원으로 이송된 다른 희생자 두 명과 순천향대 부속 부천병원에 안치된 희생자 3명의 빈소는 꾸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사망자 7명 전원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고 이들 중 일부는 부검 결과가 나온 뒤 이송될 것으로 전해졌다.
가까스로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틴 피해자 소식도 전해졌다. 806호에 거주하던 한 20대 여성은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수건으로 틈새를 막고 구조대를 기다렸다고 한다. 현관문을 두드리던 소리도 들었지만 몸에 힘이 빠져 반응하지 못했고, 이후 정신을 잃었다. 가족들은 119에 딸이 있는 호실 등을 전했고 소방대원들이 문을 열고 딸을 구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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