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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황이 어려워지거나 변동성이 심해질 때마다 등장하는 단어 중에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게 있다. 대마는 큰 덩어리의 바둑돌을 말한다. 쉽게 잡히지도 죽지도 않는다. 경제 분야에선 이런 상황을 빗대 “쉽게 죽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영어 표현으로는 ‘Too Big to Fail’로 옮길 수 있다. 망하면 재앙을 불러올 것으로 여겨지는 산업 또는 기업으로, 망하기 전에 살려야 한다는 식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도 미국 경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견고하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고, 달러화의 영향력 때문에 역대급으로 돈이 넘쳐난다. 하지만 돈줄이 막혀 허우적대는 곳들도 있다. 최근 주목받는 곳은 미국의 대표 항공우주기업인 보잉이다. 2022년 실적 기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방산업체이자 미국에서 가장 큰 수출업체로 꼽힌다. 대마불사가 연상된다. 그런 보잉이 지난 4월 리파이낸싱 문제로 100억달러 규모 채권 발행에 나섰다고 한다. 돈 빌려주는 은행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지난달 20일에는 중국 상무부가 대만 무기 판매에 관여한 보잉의 방산 부문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보잉 방산 부문의 중국 관련 수출입 활동과 신규 투자를 금지하고, 고위 관리자의 입국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상무부는 전했다. 미 정부를 겨냥한 조치라지만 보잉이 입을 타격도 만만찮다. 그것도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식 날에 맞춰 ‘대만에 무기를 판 죄’를 물었다. 국면 전환이 쉬울 리 없다.

활주로를 달려 막 이륙하는 비행기 오른쪽 날개 부분에서 섬광이 번쩍인다. “하느님 맙소사!” 아찔한 순간을 목격한 이들의 탄식이 이어진다. 지난 5일 밤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국제공항에서 벌어진 광경이다. 해당 여객기는 다행히 회항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사고 기종이 보잉의 777-300ER로 알려지면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또 보잉 여객기냐”는 반응이 넘쳐났다. 이미 크고 작은 사고로 항공기 안전사고의 대명사가 된 보잉이다. 위상 추락의 끝은 어딜까. 우리나라도 여객기 10대 중 6대가 보잉 기종이다. 보잉 비행기 타기가 두렵다는 이들이 느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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