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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서 반달곰 맞닥뜨린 등산객... 죽은 척 하는 게 상책? [영상]

입력 : 2024-06-03 10:32:45 수정 : 2024-06-03 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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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탐방로서 목격 ‘긴장’
등 보이지 않고 뒷걸음으로 피해야

최근 지리산 탐방로에서 한 등산객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반달가슴곰을 목격한 일이 알려지면서 인명사고 우려가 나온다. 평소 성격이 온순하고 경계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반달가슴곰과 맞닥뜨리게 되면, 본능적으로 자극을 주기보다는 차분하게 자리를 피하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지난달 23일 한 탐방객이 지리산 연하천대피소 인근에서 반달가슴곰을 마주쳤다. 인스타그램(@aanna0207) 영상 갈무리

◆짝짓기 시기인 6∼7월 활동반경 넓어져

 

3일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 등에 따르면 지리산 일대에는 기존에 서식 중인 반달가슴곰 85마리와 올해 태어난 새끼 4마리까지 더해 총 89마리가 지내고 있다. 서식 중인 개체는 지리산과 인접한 덕유산 일대를 오가며 생활한다.

 

반달가슴곰은 경계심이 많은 성격으로 깊은 산림을 선호해 탐방객과 마주치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짝짓기 시기인 6∼8월에는 짝을 찾기 위해 활동 반경이 넓어지기 때문에 낮은 확률로 사람들 눈에 띌 가능성이 있다.

탐방객이 마주친 지리산 반달가슴곰. 인스타그램(@aanna0207) 영상 갈무리

한 탐방객은 지난달 23일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과 마주쳤다. 탐방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영상 속 반달가슴곰은 탐방로 위를 가로질러 숲 속으로 사라졌다. 탐방객은 “지리산을 꽤 많이 다녔어도 곰과 마주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과연 지리산에 곰이 살고는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는데 연하천대피소에서 얼쩡거리는 곰을 진짜 봤다”고 설명했다.

 

올해 우연히 반달가슴곰 목격 사례가 확인되긴 했으나 반달가슴곰을 모니터링하는 조사단도 직접 마주치는 일은 드물다. 지난 10년간(2014∼2023년) 지리의 반달가슴곰 위치 3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탐방로 주변 10m 이내에서 활동할 확률은 0.44%에 불과했다.

 

100m 이내는 3.1%, 1㎞ 이내는 62.35%로 탐방로에서 벗어날수록 곰과 마주칠 확률이 높았다. 마주친다고 하더라도 열매나 새순 등 초식 성향이 강하고 죽은 동물 사체를 간간이 먹을 뿐 직접 사냥은 하지 않을 정도로 온순한 편이라 필요 이상으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반달가슴곰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선 지정된 탐방로를 벗어나면 안 되고 곰의 흔적 발견 시 즉시 자리를 피해야 한다. 종이나 방울 등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도 방법이다.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홈페이지 갈무리

◆반달가슴곰 마주쳤을 때 대처법은?

국내에서 반달가슴곰에 의한 습격 사례는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만일을 대비해 산행 중 반달가슴곰을 발견하더라도 사진을 찍거나 먹이를 주는 등 자극을 줄 수 있는 행위는 피해야 한다.

 

반달가슴곰과 마주치지 않기 위한 국립공원 탐방수칙으로는 ▲지정된 탐방로 이용 ▲2인 이상 산행하기 ▲곰의 흔적 보일 경우 되돌아가기 ▲남은 음식·과일 등 버리지 않기 등이 있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 안전 물품(종, 호루라기 등)을 활용해 반달가슴곰에게 사람의 위치를 알리는 것도 이들과의 만남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반달곰과 마주쳤을 땐 곰이 멀리 있는 경우 조용히 자리를 벗어나야 하고 가까이서 곰을 만났을 때 먹이를 주거나 사진을 촬영하면 안 된다. 가까운 거리에선 등을 보이고 도망가선 안 되며 곰이 공격해올 경우 도구를 사용해 저항하는 것이 최선이다.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홈페이지 갈무리

의도치 않게 반달가슴곰을 마주쳤을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만약 반달가슴곰이 멀리 보일 경우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나면 된다. 그러나 가까운 거리라면 등을 보이거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뒷걸음으로 자리를 떠야 한다.

 

곰은 둔해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최대 시속 50∼60㎞로 달릴 수 있다. 따라서 등을 보인 채 뛰어서 달아나면 반달가슴곰은 본능적으로 상대가 자기보다 약하다고 판단해 쫓아와 잡을 가능성이 크다.

곰이 공격해올 경우 엎드려 머리를 감싸거나 몸을 웅크려 급소를 보호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홈페이지 갈무리

죽은 척을 하더라도 곰은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라 쓰러져 있는 사람을 깨물거나 발로 찰 수 있어 오히려 더 위험하다. 만에 하나 곰이 피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이 접근할 경우 막대기 등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 위협하는 게 최선이다. 곰이 공격해올 경우 엎드려 머리를 감싸거나 몸을 웅크려 급소를 보호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정우진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남부센터 센터장은 “지리산에 서식 중인 반달가슴곰은 개체 수와 동선 등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온순하고 실제 목격도 쉽지 않아 정해진 탐방로만 따르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탐방로를 벗어나면 우연히 곰이 주로 서식하는 지역에 발을 들일 수도 있어 지양해야 하는 행위”라며 “일반적 탐방은 안전하니 불필요한 공포심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부연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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