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인 1925년 발표된 동요 ‘따오기’의 가사다.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한정동(1894∼1976)이 쓰고 작곡가 윤극영(1903∼1988)이 곡을 붙였다. 식민지 시절 일제의 수탈에 고통받던 우리 민족의 애달픈 감정이 깃들여 있다. 그 때문인지 일제에 의해 금지곡으로 지정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1945년 광복 후에야 다시 부르게 되었다.

따오기는 동아시아에 서식하는 조류다. 몸길이가 암수 구분 없이 76.5㎝ 정도로 제법 큰 편이다. 19세기 말 한국을 찾은 어느 외국인은 따오기를 가리켜 “쉽게 총의 밥이 되는 새”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만큼 포수들 사이에 집중적인 표적이 된 모양이다. 1960년대 초까지도 농촌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산업화와 더불어 차츰 자취가 뜸해졌다. 정부는 따오기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봐 1968년 천연기념물로 등록해 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1979년 판문점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목격된 것을 마지막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따오기는 1993년 일본에서도 종적을 감췄다.
동아시아에서 따오기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은 중국 산시(陝西)성이라고 한다. 일본은 1999년 중국에서 따오기를 들여와 사육을 시도했고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결국 복원에 성공했다. 한국도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8년 따오기 인공 번식에 나섰다. 중국이 기증한 따오기 한 쌍이 낳은 알을 시작으로 개체 수를 늘려갔다. 5년이 흐른 2013년 중국 따오기가 추가로 한국에 왔다. 오늘날 경남 창녕 우포늪 주변에서 서식하는 따오기들은 모두 그 후손으로 한국과 중국의 우정을 상징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6일 방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 총리를 위한 환영 만찬에서 따오기 얘기를 꺼냈다. “한때 멸종되다시피 했던 따오기 복원을 위해 3국이 힘을 합친 결과 개최 수가 증가해 3국 모두에 서식하며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고 소개한 윤 대통령은 따오기를 “3국 협력의 결실이자 상징”이라고 불렀다.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4년 5개월 만에야 열린 이번 회의가 한·중·일 3국이 사이좋게 지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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