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기사가 도로 한가운데 차를 정차하고 떠나자 차량을 옮기기 위해 4m 가량 운전한 40대 만취자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나경선)는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44)에게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12월27일 오후 10시36분쯤 충남 보령시에 위치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약 4m가량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08%를 넘은 0.085%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술을 마신 후 귀가를 위해 대리기사 B씨를 불렀다. 이후 대리비 문제를 두고 A씨와 B씨는 언쟁이 오갔던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운전을 거부한 채 A씨의 차를 도로 한복판에 정차한 뒤 떠났다. 이에 A씨는 이면도로로 연결되는 갓길에 차량을 옮기기 위해 직접 운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차량을 운전한 거리는 약 4m가량이다.
이때 다른 차량이 이면도로로 진입하기 위해 차량을 이동해줄 것을 A씨에게 부탁했으나 그는 “술을 마셔서 운전할 수 없다”며 차량 이동을 거부했다. 이에 다른 차량 운전자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음주운전 사실에 A씨는 “다른 대리기사를 부르고 기다리다가 통행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운전했다”고 항변했다. 1심 재판부는 “왕복 2차로 중 1차로 한복판에 차가 정차해 사고 위험이 매우 컸던 점과 경찰이나 다른 사람이 운전하길 기다렸으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다”라며 B씨의 행위가 A씨를 곤경에 처하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봤다.
이어 “A씨가 최소한의 운전만 하고 다른 차량 운전자 요구에 응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차량을 이동시키지 않았어도 통행에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이면도로를 막아 교통방해 가능성이 커졌다”며 “긴급피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운전했다”며 눈이 내리고 혼잡한 상황에서 운전을 부탁할 일행도 없었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기도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차량을 이동시키지 않았다면 사고 위험이 높았을 것”이라고 판시하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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