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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후 궁극의 삶… 극락의 첫 장면 ‘내영도’, 한·일의 차이는 [일본 속 한국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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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11 18:23:56 수정 : 2024-05-11 18: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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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 인류는 사후에도 이어질 삶을 꿈꿨다. 이승이 고통스러울수록 행복한 저승에 대한 소망은 강력해졌다. 이런 염원 속에서 죽음은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다. 죽음을 맞는 순간, 그 문은 어떤 모습으로 열리게 될까.  

 

내영도(來迎圖)는 불교의 대답이다. 극락을 주재하는 아미타여래가 관음보살, 세지보살 등 보살들과 함께 나타나 죽어서 극락에 다시 태어날 사람, 즉 왕생자(往生者)를 맞이하여 극락으로 인도한다는 교리를 바탕으로 그린 그림이다. 부처가 사는 정토(淨土)에서 이어질 극락왕생의 첫 장면이다. 한국에선 고려불화로 자주 표현됐고, 일본에선 헤이안시대(794∼1185년) 이후 독자적인 장르로 발전했다. 같은 염원을 그렸으나 표현 방식은 꽤 달랐다. 한국의 내영도는 아미타여래에 집중해 정적이고 명상적이다. 일본의 그것은 육박해 오는 부처의 속도감이 두드러지고 시끌벅적하다. 

 

◆고려불화, 부처·보살과 대면한 죽음의 순간

 

고려불화 아미타불도. 오른쪽은 삼성문화재단 소장 ‘아미타삼존도’. 세계일보 자료사진·문화재청

부드러운 위엄이 서린 표정의 아미타여래, 왕생자를 바라보는 듯 얼굴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발은 얼굴과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함께 극락으로 갈 것이라는 의지, 혹은 함께 가자는 권유의 의사를 표현했다. 가로 1m, 세로 2m 정도 크기의 그림은 아미타여래로 채워졌다. 지난해 규슈국립박물관에서 열린 고려·조선시대 불교미술전에 출품된 일본 한 단체 소유의 아미타여래도다.

 

삼성문화재단 소장품으로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아미타삼존도는 왕생자에게 빛을 비추는 아미타여래 좌우로 지장보살, 관음보살을 그렸다. 허리를 굽혀 연꽃 대좌를 내밀고 있는 관음보살의 모습은 환영의 의사가 보다 선명해 살갑다. 신성한 존재인 아미타여래와 두 보살이 화면에 가득하다. 

 

아미타여래는 극락을 주재하는 존재다. 현전하는 고려불화 160여 점 중 아미타불도 50여 점으로 가장 많으니 명실상부 최고 스타다. 극락을 향한 그 시절 고려인들이 바람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알 수 있다.  

 

고려불화 내영도는 배경을 생략하고 텅빈 공간 속에서 아미타여래와 보살을 클로즈업해 매우 정적이다. 공간을 나타내는 모티프를 표현하거나 공간을 재현하려는 의지가 거의 없다. 정토를 묘사한 경전의 설명을 상세하게 재현하는 다른 나라 내영도와는 다른 특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10년 개최한 ‘고려불화대전’에서 이런 특성을 “사실성에 대한 경계”로 설명했다. 극락왕생을 바라며 한 마음으로 부처를 생각해 “마음이 하나의 경지에 정지하여 흐트러짐이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보게 되는 상(像)은 명료한 재현보다는 시각적 환영에 가깝다”는 것이다. 불교 경전은 이렇게 마음의 눈이 열리면 “극락세계의 칠보로 장식된 보석의 땅과 보석의 연못, 보석의 나무가 줄지어 서고, 그 위에 천인(天人)들의 보석 휘장이 덮이고 온갖 보석으로 아로새긴 그물이 허공 가득히 있는 것을 낱낱이 분명하게 보게 된다”고 했다.  

 

◆가마쿠라 불화, 이상화된 풍경 속 신속한 환영

 

도쿄국립박물관 특별전 ‘호넨과 극락정토’

도쿄국립박물관이 다음달 9일까지 여는 ‘호넨과 극락정토’ 특별전의 가장 주목받는 전시품은 ‘아미타이십오보살내영도’(13∼14세기)다. 교토 지온인 소장품으로 일본 국보다. 여러 점의 내영도가 전하는 일본에서 최고로 꼽히는 걸작이다. 3년 간에 걸친 보존처리 작업을 2022년 3월 마무리한 뒤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돼 더 화제다. 

 

지온인 소장 ‘아미타이십오보살내영도’

가장 뚜렷한 특징은 속도감이다.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45도의 급경사를 이룬 구름 위에 탄 아미타부처와 보살들이 건물 안에 앉아 죽음을 맞은 승려에 육박해 오고 있다. 길게 두 갈래로 나뉜 구름 꼬리가 바람에 날리고 있어 속도감이 더하다. “이 정도로 속도감을 강조한 대담한 구도의 내영도는 유례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이 그림은 ‘하야라이고’(早來迎)라 불린다. 사전적으로 해석하면 ‘빠르게 와서 맞이함’이라는 의미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이 화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 풍경이다. 산중에선 폭포가 떨어져 내리고, 벚꽃이 만개해 봄을 연상시킨다. 근데 자세히 보면 단풍 든 나무들이 있다. 눈을 맞은 것도 있다. 사계를 동시에 드러낸 이상화된 풍경이다. 일본의 풍경을 묘사해 내영의 현실감을 더했다고 한다.  

 

교토국립박물관 소장 ‘산월아미타도’. e국보 

가마쿠라 시대에 등장한 일본 특유의 ‘산월아미타도’(山越阿彌陀圖)에서도 속도감과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산 너머로 몸을 반쯤 드러낸 아미타여래가 보살들과 함께 왕생자를 맞는 그림이다. 교토국립박물관 소장 산월아미타도는 아미타여래와 보살들이 구름이 흐르는 산을 넘어 왕생자에게 다가오는 듯한 모습을 그렸다. 산을 신성한 장소나 새로운 세계로 여긴 산악신앙의 영향이 드러난 그림이라 한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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